구름의 흐름은 생각보다 빠르다. 우리가 올려다 보는 눈부시듯 밝은 하늘의 구름은 여유롭게 제 갈 길을 가는 강물 같지만, 그 높이 위에 가만히 떠 있는 헬리콥터의 조종사는 자신의 주위를 덮은 하얀 연기를 어떻게 볼까. 엄청나게 거대한 연기 뭉탱이가 엄청난 속도로 자기 헬리콥터를 가르는 듯 보이지 않을까. 문득 정신을 차리면, 원래 보던 수증기 입자들은 저 뒤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것이다. 그 동안 내 소식을 이곳에 알리지 않은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난 한 달은 어쩌면 내게 있어서 대학 입학 후 4년 중 최대의 고민의 시기이자, 가장 큰 격변의 시기였을지 모른다. 내 마음 속 펼쳐진 하늘에 수많은 구름이 비(또는 눈)를 뿌리며 빠르게 그 자리를 지나갔을 터이다. 수많은 머리아픈 고민, 그리고 지나쳐온 오만 감정 속에서, 난 나를 지나간 그 구름들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한두달 간 너무나도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결과 어딘가 공허해진 나를 잠시 뒤돌아보았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어떤 일을 겪어도, 새로운 만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도, 새로운 결심을 해도 이에 대해 충분히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구름에 비쳤다. 언제부터 이랬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 그 지나간 생각들이 아깝다는 느낌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사람은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 행동, 생각을 통해 원동력을 얻고 성장해 나가며 그 자체로 살아 있게 된다는 게 내 생각이고, 다른 사람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엿보기도 하였다. 깊은 생각을 잘 하지 않는 지금의 상태를 만든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내 에너지가 꽤나 소모되어 이제는 깊게 고민해 볼 에너지도 아끼게 될 만큼 지금의 내가 '절전' 상태에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스쳐 지나간 생각 구름을 잡을 생각을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에 대한 해결 방법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른다. 다만, 두 번째에 대한 해결 방법은 두 글자로 축약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기록'이다. 최근 한 좋은 만화를 보며 매 화마다 내 마음속을 울려오는 메시지들을 느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그 메시지가, 내가 느낀 의도가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 것이다. 이 때 느꼈다. 이 아까운 생각들을 붙잡아 놓으려면,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는 형태로 남겨야 한다고. 방법은 쉽다. 적어 두는 거다. '기록'을 통해 기억하는 방법은 내가 원래도 공부할 때 애용하는 방법이다. 나는 그냥 읽고 듣는 것보다 쓰면서 읽고 듣는 게 훨씬 내 머릿속에 잘 남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만, 평소에 번개처럼 지나가는 생각들을 더 잘 기억하도록 적어둘 생각은 별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문득 먼 옛날 부모님이 해주셨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디에든 적어 두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된다'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작은 결심 덩어리를 뭉쳤다. 이제, 책이나 영상같은 콘텐츠를 볼 때든, 새로운 장소를 갈 때든, 그 어떤 경험을 할 때든 그로부터 내 마음에 살포시 전달되는 메시지를 느끼거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느낀다면, 작게나마 내 소중한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대단한 결심이나, 정밀하게 다듬은 기록의 형태를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되려 그런 것들은, 나에게 기록을 '의무감을 느끼는 무언가'로 변질시킬지도 모른다. 그냥 가볍게, 머릿속에 떠다니는 구름을 그대로 잡아 노트에 박제시키는 거다.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뭔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름을 박제시킨다는 건, 약간 솜사탕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잖아? 노트의 형태 또한 물리적일 필요도 없다. 장소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꾸준히 기록할 수 있는 어떠한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때로는 박제한 구름들 중 특히 모양이 예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주제인 '기록에 대한 결심' 또한 그러하다. 이런 것들은 좀 더 신경을 써서 형태를 다듬어주면, 더더욱 멋진 모양이 되어 속에서부터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런 정제된 형태의 구름들은,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공간에 간간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예쁜 구름들이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는 하늘을 만들어 준 왼손잡이...그 긴거에게 감사를.
구름처럼 흐르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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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바로 위에 써있는데
ㄴ 이제 아래에도 써있구나
걔훈아 글좀올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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