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해야 하는 우연이 있다. 인간은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우연이란 본래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원인을 분석하여도 그 일이 그때 그곳에서 그렇게 일어나야만 했다는 합당한 설명을 찾지 못하면 그것은 우연이다. 따라서 모든 우연은 그 정의상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 우연은 이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너무나 끔찍하거나 너무나 황홀할 때, 그런 엄청난 감정을 어떤 우연에서 느낄 때 인간은 그 우연을 설명하여 길들이지 못하면 그 인간은 폭발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연은 우연이라 어떤 이해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연의 본질이다. 따라서 그 엄청난 감정 앞에서 인간은 폭발하지 않기 위해 이해를 포기한 채 그 우연이 기적이라고, 어떤 근본적으로 불가해한 존재의 작용이라고 이해해버린다. 그런데 한 사건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꼭 그 사건을 기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때로는 근본적으로 불가해한 존재의 작용을 믿기 위해 기적을 필요로 한다. 기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간은 기적이 아닌 것을 기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잘 이해되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려하고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이해해야 할 이유를 붙인다. 어떻게 이유가 없는 것에 이유를 붙일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그것은 바보 같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기적을 믿는 일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적은 이해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 일인데, 이는 곧 이유가 없는 것에 이유를 붙이는 일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자신의 지갑을 되찾은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잘 이해되는 사건이고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건이다. 지갑은 그 사람의 집에 있었고 그 사람은 자신의 집에서 지갑을 찾고자 했고 그러므로 지갑을 찾았을 뿐이다. 그런데 지갑을 찾으며 그 사람이 내뱉은 한마디 말은 이해되지 않는다. 아니 그 말을 내뱉은 것은 이해되지만 그 말이 그때 그곳에서 그렇게 내뱉어진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요컨대 그것은 우연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해되지 않아도 되는 우연이다. 그런 우연은 흔하게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민증의 신이시여 제 민증을 찾아주소서.” 바로 뒤에 그는 민증을 찾았다. 그것은 이해할 것도 없는 사건이었고 이해하려면 분명 잘 이해될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을 목격한 한 사람은 그것을 이해하지 않고자 했다. 그는 그것을 이해해야 했다. 어떻게 민증의 신을 찾아 빌자마자 민증을 찾았나? 왜 민증은 민증의 신을 찾아 빌자마자 찾아졌나? 그 사건에는 이해해야하는 이유가 없었지만 그에게는 이해해야하는 이유가 있었다. 요컨대 그는 이해되지 않는 것을 필요로 했다.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것을 필요로 했다. 기적을 필요로 했다. 신(神)을 필요로 했다. 신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역시 기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가 필요로 하는 기적의 내용은 여기에선 중요치 않다. 중요치 않은 것은 밝히지 않아도 된다. 기적의 내용이 중요하더라도 밝힐 수 없을 것인데 이는 기적의 내용이 중요하다면 기적의 내용이 언어로 표현되고 그저 기호로 남아버렸을 때 그런 기적을 필요로 한 일이 기호 속에 갇혀 그 신비성을 잃고 기적에서 멀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적의 내용이 중요한지 안 중요한지 그 여부 자체가 중요치 않다. 기적의 내용은 오로지 그 기적을 필요로 하는 그의 안에만 있다. 어쨌든 그는 그 순간부터 민증의 신을 믿는 민증의 신자가 되었다. 그 순간은 어느 순간인가? 민증을 찾은 순간? 우연이라고 생각한 순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기적이라고 생각한 순간? 이것은 돌이켜보면 의미가 없는 질문이다. 그 일들은 그의 무의식에서 한 순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독특한 신의 신자가 되었다. 아마 그가 민증의 신의 유일한 신자일 것이다.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는 그 순간부터 기적을 바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중요하다.
주민등록증의 신 (상편)
왼손잡이해방연대, (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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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증의 신은 심오해
버섯단장은 민증의 신자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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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대 아~주1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