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을 보았습니다. 예엣날에 개봉할 때 보고는 영화에서 들은 Lost Stars라는 노래를 열심히 들었었더랬죠. 이번에 재개봉을 했길래 또 볼듯말듯하는 친구가 있길래 “보러가자!” 충동질하는 마음으로 또 이 핑계로 볼까말까했던 저도 “보자!” 하는 추진력을 짜내는 마음으로 보기로 하였습니다.
영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그레타라는 원래 작곡만 하려다 노래도 부르게 된 가수구요, 남자 주인공은 댄인데, 바람난 아내와 다퉈 집을 나오고, 망나니 같은 행동거지로 자기가 공동설립한 음반사에서 쫓겨난, 여러모로 인생인 안 풀리는 프로듀서입니다. 그레타는 남자친구 데이브랑 헤어지고 뉴욕을 떠나려던 차에 우연히 댄의 눈에 띄어 음반을 내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근데 뭐 데모도 없고 하니 음반사에서는 퇴짜를 맞습니다. 그레타의 노래를 놓칠 수 없었던 댄은 “그까짓 데모 내가 도와주지!”하여 둘은 밴드도 모으고 하여 뉴욕의 소음을 배경 삼아 낭만 뒤지는 길거리 프로듀싱을 시작한다~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봤을 때에는 두 주인공이 서로 로맨스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보통 영화답지 않아 독특했는데 이번에는 두 인물의 관계성에 집중하여 감상하니 좀 더 미묘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만사를 연애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유치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은 연애사로 해석해서는 안 될 신성한 이야기다”라는 시각도 오히려 편협한 것이기에 “이 일은 연애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연애사로 바라볼만할지 고민해보자”는 시각이 타당하다는 변명을 미리 해봅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내린 결론은, 로맨틱한 기분이 들 듯한 순간에 인물들이 스스로 절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의 아내와 애인이 동종업계 사람과 바람이 나면서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 상처를 가진 채로 둘이서 비슷한 꼴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겠죠. 영화의 거의 마지막까지도 이 해석은 그저 “분위기만은 그런 느낌이 없잖아있다”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만 한 장면을 보며 “정말 그런게 틀림없다” 정도로 확실해졌습니다. 앨범 작업이 마무리되고 계약 미팅까지 마친 후 둘은 마지막으로 수고했다는 포옹을 나눕니다. 근데 그 뒤로 둘은 서로 한참을 못 놓고 부여잡고 있다가 어색하게 “그럼 이제… 가봐야겠죠?” 이런 느낌으로 작별을 합니다. 키스라도 할듯한 타이밍이었지만 둘은 죽이 참 잘 맞는 친구 정도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도식적으로 봤을 때도 “바람난 남친 - 여가수 - 남자 프로듀서 - 바람난 아내”라는 구도가 의도적으로 뭔가 유도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거 참 제 해석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면 항상 부끄럽기 그지없는데요, 이 해석은 부디 그럴듯한 것이길 바라봅니다.
(추가) 알고보니 넣을까말까 하다가 결국 안 넣은 키스씬이 있었답니다~ 저도 그렇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들 "안 넣길 잘했다" 하는 반응입니다. 키스씬이 들어가버렸다면 결국에는 뻔한 불륜이 되었겠지요. 둘은 일주일 간의 프로듀싱을 함께 하며 음악 단짝으로 거듭났습니다. 딱 그렇게, 조금 아쉬운 정도가 서로의 안녕을 약속하는 결말인 것 같습니다.
노래는 역시 참 좋았습니다. 특히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이 이번 감상을 하면서는 Lost Stars보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 곡도 작중에서 프로듀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노래도 노래지만 댄의 딸 바이올렛이 아빠와 일렉기타-베이스 합주를 하면서 가족 간의 화해가 완성되는 것이 감동적입니다. 아내와의 앙금까지 다 풀리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댄의 삶을 가로막던 혹 하나는 잘 해소한 셈이죠.
글을 마무리하며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의 녹음씬 영상을 공유드립니다. 개인적으로 “Oh sugar, You don’t have to be so sweet”이라는 구절이 참 재미있는 노래입니다. 일렉기타 솔로가 들어오면서 실수인듯 찌이잉- 하고 피드백이 걸리는 것도 너무 좋은 포인트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들어보세요. 노래가 좋다면 영화도 한번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