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SF 소설이 있어요. 제가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이랍니다. 화성 감자 영화로 유명한 <마션>의 원작 소설이 쓴 또 다른 소설인데요. 올해 초에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혹시나 제가 쓴 리뷰를 읽고 싶으시다면 링크를 클릭하셔서 구경해보세요.
오늘은 이 소설에서 재밌는 부분을 하나 소개하려고 해요. 기본적인 소설의 내용은 우주에서 인간 우주비행사 한 명과 외계인 우주비행사 한 명이 만나 각자의 행성에서 일어나는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입니다. 머나먼 우주의 다른 곳에서 와서 만난 두 생명체가 과학을 중심으로 하여 실험하고 소통하고 발견하는 과정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등장인물 둘이 의문점을 갖고 과학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하고 실험을 통해 결과를 얻은 다음 이를 해석해 결론은 도출하는 과정이죠.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과학 실험' 과목이 생각나네요.
인간인 여러분과 외계인이 만나서 서로 대화를 한다고 상상해봅니다. 처음에는 전혀 말이 안 통하지만 몸짓으로 서로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어떤 의문이 들 것 같나요? 소설에서는 둘이 어떻게 사고하는 속도가 비슷한지 의문을 갖습니다. 생각해보니 여기선 실험을 하지 않긴 하는데 아무튼. 그들은 서로의 행성에 중력의 크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진화론을 적용했을 때, 각 행성에서 사는 생물들이 뛰어서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비슷하다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뛰는 것과 사고하는 속도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생물은 한 걸음 가는 시간 안에 사고를 마칠 수 있으면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안에 어디로 도망칠지 결정하지 못하면 포식자에게 잡힐 것이고 반대로 방향을 바꾼 먹이감의 모습을 보고 다음 발을 내딪기 전에 방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놓치겠죠. 굳이 더 빠르게 생각하더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생존에 아주 유리하진 않았을 거란 추측입니다. 정리하면 중력이 비슷하기에 달리는 최대 속도가 비슷하고, 뛰는 걸 기준으로 다음 걸음을 딪기 전에 생각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최대 사고 속도도 비슷하다고 결론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physical AI에 대해 생각하는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 인간은 수치적으로 생각해서 행동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인간은 배고픔을 대략적으로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행동이 수학적 계산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는 로봇이 최적의 행동을 배우길 바라는데, 최적화를 진행하기 위해선 목적 합수(objective function)을 정합니다. 이를 최소화(또는 최대화)하는 걸 최적화라고 부르며 보통은 비용 함수(cost function)가 존재하여 목적 함수 계산에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설거지 하는 로봇을 만들고자 할 때 비용 함수는 걸리는 시간, 사용한 물과 세제의 양에 따른 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목적 함수를 비용의 합이라고 정하면 설거지 과정동안 비용이 적게 들도록 최적화되어야 좋은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있겠죠. 사람은 일반적으로 움직일 때 이렇게 점수를 매기고 계산해서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의 요지였습니다. 그러면서 '치타는 그저 먹잇감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다.'라는 예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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