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감상문을 쓰면서 영화에 대해 찾아보다가 <<미저리>>가 영감을 주었다는 인터뷰를 읽었다. <<지구를 지켜라>>의 감독과 각본을 맡았던 장준환 감독은 <<미저리>>에서 납치범 애니의 사연이 자세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걸 알고 <<미저리>>를 한 번 보려는데 어떤 OTT에도 올라와있지 않고 구매하여 소장할 수 있는 곳도 없어 방구석에서 보는 것이 불가능했다... 합법적인 경로로는 말이다. 토렌트 같은 걸로 받을 수 없나 찾아보니 이게 웬걸, 웹 아카이브에 떡하니 올라와있는 것이다. 바로 다운로드 받는 건 시간이 걸려 결국 토렌트로 받았다. 그리고 자막 파일도 대충 검색해서 smi 파일을 받았는데 리눅스에서 VLC와 MPV로 재생해보니 먹히지가 않았다. 챗지피티랑 얘기해보니 자막 파일 고쳐주는 사이트를 알려주길래 들어가봤다. 파일 고치기 기능은 srt 파일만 지원해서 일단 srt로 변환하였다. 혹시나 싶어 변환한 파일을 MPV에 넣어보니 잘 재생이 돼서 그냥 srt 파일로 바로 봤다.
<<미저리>>를 보고 나니 <<지구를 지켜라>>는 <<미저리>>의 철저한 오마주다. 납치극의 전개 과정이 <<미저리>>와 매우 유사하다. 예상한대로 애니는 평면적인 미친 사람이다. 왜 미쳤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미친 사람은 바로 그 무관심 때문에 미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놓고 보니 최근 읽은 정유정의 소설 <<종의 기원>>도 <<지구를 지켜라>>와 통하는 점이 있다. <<종의 기원>>은 사람을 죽이고 스스로 그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싸이코패스 주인공이 어쩌다 사람을 죽이게 되었는지 거슬러올라가는 내용이다. 미친 사람이 그렇게 몰릴 수 밖에 없었던 심리를 추적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지구를 지켜라>>와 <<종의 기원>>은 비슷하다. 하지만 <<지구를 지켜라>> 주인공은 불쌍하고 <<종의 기원>> 주인공은 철저히 타자로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유정 작가는 주인공에 이입하고자 했다고 밝히지만 글쎄,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세상에는 이해받을 수 없는 부류의 사람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건 대단히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