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있다. 타자연습 사이트에 뜨는 인용구들을 보면서 엄청 우울한 소설인가 보다 했는데 그냥 엄청 웃기고 재밌는 소설이다. 그 웃음은 주인공으로서는 아마 냉소겠지만 독자인 내가 읽으면서는 아주 유쾌한 웃음이다. 순탄하고 화목한 가정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가족들을 사랑한다는 게 느껴지는 게 역으로 신선하다는 느낌이다. 사랑이 가득 담긴 냉소라고나 할까... 하여튼 유쾌하다.
읽으면서 발견한 점 메모. 주인공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인데 각각 정반대라고 할만한 남편을 만나 불행과 행복의 운명이 확 갈렸다. 물론 주인공 어머니 쪽이 불행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남자 둘, 김장우와 나영규를 동시에 만나고 있는데 이 둘도 아주 정반대다. 어머니가 결혼한 남자와 이모가 결혼한 남자, 그리고 주인공이 만나고 있는,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김장우와 이모부를 떠오르게 하는 나영규. 주인공 안진진의 운명은 둘 중 어느쪽을 선택할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는 이 가정의 불행을 불러온 핵이지만 안진진은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 같지 않다. 이모부는 부와 평안이 가득한 가정을 이뤄냈지만 인생의 모든 일이 계획대로 맞춰져가는, 이모의 말대로 “재미없는” 사람이다. 낭만 가득한 불행을 고를지 지루한 행복을 고를지 주인공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