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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41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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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컴공 가는 법

등교 이틀차를 맞아,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을 가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입학이나 등록 같은 추상적인 의미의 "가다"를 기대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이 글에서 알아보는 것은 고전역학적 의미의 "가는" 방법입니다.

지도 앱의 제안

우선 지도 앱을 켜볼까요? 저도 그렇고 많은 학생들이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출발점으로 삼을텐데요, 이 글에서도 서울대입구역에서 출발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아보겠습니다. 신림역이나 대학동에서 출발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큰 맥락에서는 이 논의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목적지는 제1공학관입니다. 거리상으로 가장 먼 건물입니다. 다행히 버스정류장은 직관적으로 위치해 있지만 이에 관해서도 한 가지 유념할 부분이 있습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 지도앱으로 대중교통 길찾기를 해봅시다.

이미지 업로드 기능은 아직 없지만, 옆에 지도를 함께 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진다면 그 지도를 써도 괜찮습니다. 지도 앱은 가능한 환승이 적은 길들을 추천해줄 것입니다. 그러한 경로가 여러가지 있기도 하구요. 5511, 5513, 관악02 등의 버스가 눈에 띄네요. 걷는 거리나 걸리는 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모두 환승 없이 등교할 수 있는 훌륭한 대중교통입니다.

그 외에 서울대학교 버스정류장에서 환승을 하는 경로들도 보이네요.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 정문",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등은 모두 서로 다른 정류장이니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공공에서 운영하는 대중교통 외에도 학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잘 되어 있습니다.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올라가 보면 두 개의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행정관까지 가는 셔틀이고, 다른 하나는 제2공학관까지 가는 셔틀입니다. 제2공학관 셔틀은 농생대, 공대, 신소재연구소 등에서도 하차가 가능하므로 더 편리하지만 아침 11시까지만 운영되니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 셔틀 모두 요금을 받지 않으니 경제적으로도 훨씬 좋은 선택지겠죠?

다시 대중교통으로 돌아와보면, 지도앱이 찾은 길은 제1공학관에서 내리도록 안내합니다. 그러나 이는 학교가 관악산 비탈면에 위치한 것을 고려하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제1공학관 정류장에서 내리는 경우 약간의 등산을 해야 강의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하차 장소는 제2공학관 정류장입니다. 제1공학관과 제2공학관은 거리상으로 매우 가깝게 위치합니다. 또한 제2공학관은 제1공학관보다 고도상 높이 위치합니다. 그 말인즉슨 제2공학관에서 내릴 경우 등산이 아닌 하산을 할 수 있습니다. 아마 걸어야 할 거리는 약간 더 늘어나겠지만 내리막길의 은총은 생각보다 따스할 것입니다.

머릿수 문제

물론 이런 어디에서나 볼 법한 얘기를 하려고 했다면 그냥 지도 검색어나 알려주고 말았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를 가고자 할 때 고려할 것은 거리나 환승 절차 뿐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경로를 사용하는 사람의 머릿수라고 생각합니다. 학사, 석사, 박사생을 모두 합하면 서울대학교 재학생은 2만 8천여 명입니다. 이 중 20%만이 서울대입구역을 거쳐 등교한다고 해도 5천6백여 명이 오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의 목적지에 따라 주로 5511이나 5513, 셔틀을 탈 것입니다. 가장 걷는 거리가 짧고 환승 없이 바로 올 수 있기 때문이죠. 고르게 분배가 된다고 해도 한 노선당 하루 1400명 정도가 사용을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8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등교한다고 가정하면 2시간 반이 나옵니다. 버스 배차 간격을 5분으로 잡으면 30대 정도의 버스가 지나갑니다. 1400을 30으로 나누면 46입니다. 즉, 이 학생들을 모두 수송하려면 한 대당 46명이 타야 합니다. 이 정류장에서만 사람이 탄다면 아슬아슬하게 수송이 가능한 정도네요. 다만 이것은 평균이라는 것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피크시간에 서울대입구역 앞에 나가보면 노선마다 30~40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고 셔틀 줄은 제 어림으로는 15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편한 시간은 모두가 편한 시간이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버스 두 대 정도 보낸 뒤에 뜨겁고 습한 인파로 가득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에 만족하신다면 그냥 버스를 기다리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전 사람이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 사이에 설 바에는 차라리 걸어서 등교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제 기상시간은 이르지 않기 때문에 수업 시간을 맞추려면 그렇게 느긋하게 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옵션으로는 전동킥보드나 자전거도 있겠으나 비용이나 체력적 측면에서 별로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닙니다. 학교에 가려면 언덕을 하나 넘고 다시 산을 올라야 하는데 그것을 감당할만큼 튼튼한 몸이 아닙니다. 결국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가장 훌륭한 선택지가 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데 그래서는 졸업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대신에 이 집단 행동의 허점을 파고 들어봅시다.

이 수많은 학생들이 그 경로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지도에서 그리 가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 경로가 환승이나 보행 거리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셔틀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안내를 해주는 교통수단이기도 하고 노선이나 배차 간격도 충분해보입니다. 하지만 수천명의 학생을 나르는 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노선들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알려준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아무도 사용하라고 한 적이 없는 노선을 오늘 마침내 찾아냈습니다.

최적의 노선

우선은 서울대입구역 앞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조금 걷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저 인파들을 보고있자면 말이죠. 한 정거장 앞이나 뒤로 가면 관악구청이나 봉천사거리 정류장이 나옵니다. 한 정거장 앞에서 5511이나 5513을 타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 정도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즉 그렇게 탄다면 탈 수는 있겠으나 앉아서 가지는 못합니다. 앉아서 가려는 것은 조금 큰 욕심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욕심을 내지 않을 이유는 없죠.

노선도 새로 찾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대학교 앞으로 가는 버스는 사실 여러 대가 있습니다. 750A, 750B, 501 등이 대표적이네요. 딱 학교 앞에 닿지는 않지만 조금 걸으면 어떻습니까. 200m 정도 걷지 않을까요. 이제 학교 안으로 들어갑시다. 전 셔틀을 탈 것입니다. 물론 등교 셔틀은 학교 안에서 타지 않습니다. 저는 교내 순환 셔틀을 탑니다. 이 버스는 지도앱 노선도에도 나오지 않고 대기시간도 안 알려줍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버스가 온다는 것이죠. 배차 간격은 10분이 안 될 겁니다. 그리고 요금을 안 받아요. 순환 셔틀을 타면 이제 편히 앉아서 제2공학관 정류장까지 가면 됩니다.

가끔 보면 순환 셔틀을 탈 줄 모르고 학교를 다니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 분들께는 감사한 마음입니다. 덕분에 제가 앉아서 갈 수 있습니다. 걷는 건 신경 안 쓰면서 버스에서 서서 가는 건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걷는 것은 인류가 수만년간 계속해 온 행위입니다. 대충 생각없이 걸어도 아주 능숙하게 걸어진다는 말이죠. 하지만 버스에 서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매 순간 흔들리고 쏠리는 버스 안에서 두 다리와 손잡이에만 의지하여 서 있는 일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두 행위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전 조금 걷더라도 버스 안에서는 앉아서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죠.

결론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결론은 이겁니다.

  1. 관악구청에서 서울대학교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5511이나 5513은 타지 않는다.)
  2. 서울대학교에서 내린 뒤, 서울대학교 정문 정류장에서 교내 순환 셔틀을 탄다.
  3. 편히 앉아서 가다가 제2공학관에서 내린다.
  4. 제1공학관까지 걸어내려간다.

이것이 제가 찾은 최적의 등교 경로입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학교 생활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