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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148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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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

난 항상 스스로를 INFP라고 말하고 다닌다.
결과를 보면 71% I, 82% N, 75% F, 68% P, 72% A(뭔지 모르지만 항상 달려있음)이니까 별로 애매하지도 않다. 하지만 항상 설득을 하러 다녀야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나를 INTP로 본다.

어떤 점이 나를 INTP처럼 보이게 하는가? 어떤 점이 나를 INFP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나? 사이트에 설명된 16가지 성격의 특징을 하나씩 체크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라고 생각을 하다가 정리하다보니 너무 귀찮아서 일단은 각 성격의 설명에 대한 인상을 정리해보았다. 다른 성격 유형에 대해 자세하게 읽어보는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INTJ: 생산적인 대화를 더 좋아하고 독립성과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

INTP: 자기 생각에 잘 빠지고 논리적인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가진 사람.

ENTJ: 이성과 합리를 중심으로 목표를 향해 공격적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

ENTP: 규칙과 권위에 대항하고 논쟁하는 사람.

INFJ: 이상에 따라 삶과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

INFP: 너무 많이 읽어 '인상'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정리된 특징을 말하자면 공감을 잘하고 솔직하며 삶의 목적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이다.

ENFP: 다른 사람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게 설득하는 사람.

ISTJ: 규칙을 지키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

ISFJ: 관계와 업무에 충실한 사람.

ESTJ: 규칙과 팩트를 중요시하고 사람을 잘 다스리는 사람? 설명이 짧아보인다.

ESFJ: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

ISTP: 기계를 좋아하고 제멋대로인 사람.

ISFP: 개성이 강하고 즉흥적이며 유연한 사람.

ESTP: 관심 받기 좋아하고 추진력, 행동력이 강한 사람.

ESFP: 잘 놀고 잘 꾸미는 사람.

솔직히 이런 사람은 이해를 잘 못할 것 같다 하는 성격들도 많았지만 내가 스스로 INFP임을 자랑스러워하듯 그 사람들도 자신의 MBTI에 자부심을 갖고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중립적 내지는 긍정적으로 인상을 묘사하려 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결국 이 분석은 책(보다도 더 신뢰성이 떨어지는 임의의 웹사이트)을 보고 인간을 알아보는 탁상공론이라 한계가 명확함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사실 나는 INFP/INTP이겠지~를 전제하고 바라보는 것이라 크게 편향된 분석일 것 같긴하다. 그리고 16가지나 되는 걸 다 기억할 수가 없다. 이미 저렇게 정리해놓은 걸 읽으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그냥 INFP랑 INTP만 비교해보자.

INTP는 몽상에 빠져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관찰력이 좋고 약속을 뒤집기도 하며 패턴 분석과 논쟁을 즐긴다. 문제를 푸는 것은 잘하지만 실현에는 관심이 없다. 우주를 논리와 이성으로 이해하고자 하지만 사람의 비이성적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워한다.

INFP는 자기를 성찰하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한다.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잘 받기도 한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몽상에 집중하다 실현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삶의 목적을 찾아 방황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저러한 묘사들은 배타적이지가 않다. 누구나 각 MBTI가 설명하는 면들을 조금씩 갖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특징을 가지거나 안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징이 더 강하게 작용하느냐 하는 것일테다. INTP적인 특징들, 이를테면 패턴 풀기와 논쟁을 즐기는 면도 나에게 있다. 하지만 자기를 성찰하고, 솔직하고자 하고, 삶에 대해 생각하며 방황하는 면도 나에게 있다. 놀 때에는 INTP이 되고, 진지할 때에는 INFP가 되는 것 같다. 밖에서는 노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서 INTP으로 더 불리는 것이 아닐까. 내 말의 절반 정도는 모순과 역설이 주 재료인 농담이니까.

누군가 말하길 농담이란 누구도 속지 않는 거짓말이랬다. 만약 내 농담의 절반 정도만 진실로 받아들여도 나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쟁이였던 걸까. 그렇다면 더욱 정교한 농담을 해야 한다. 누구나 거짓인 걸 알 수 있게. 너무 즐거우니 안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까지 말해서는 안 된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모욕적인 말들이 있다. 그 선은 계속해서 찾아보고 조심해야겠지.

결론. 나를 INTP으로 보는 사람은 나의 진지한 모습과 제대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INFP다.

사실 INFP가 되고 싶은 마음만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되고 싶은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인정을 안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너무 슬픈 거다. 항상 끝에 가서는 "그래 네 똥 굵으니까 INFP 해라" 같은 느낌이 되는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인정이 고프다. 난 항상 "이성보다 감정이 중요하다"에 매우 그렇다를 고르고 "사람들이 감정보다 이성에 따라 행동하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에 매우 그렇지 않다를 고른다. 진짜 속상하다.

또 이런 불일치를 지속적으로 느끼다보면 새삼 예전에 읽은 <감정수업>이라는 책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거기에서 묘사하는 수십가지 감정 가운데 딱 한가지가 내 가슴을 꿰뚫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 전에는 그냥 원래 나는 그런갑다 하고 살던 것이 그때를 기점으로 조금 바뀌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그때만큼 우울한.. 쳐진 기분은 아니지만 한번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울이란 말을 글에 쓰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 단어가 들어가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지구만큼 무거워 읽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글과 생각은 서로 되먹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모든 맥락에서 부정적인 단어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울은 또 인식과 감정이 서로 되먹이기도 하고.... 갑자기 주제가 확 바뀌어버렸는데 어쨌든 언젠가는 쓰려고 했던 얘기다. 쳐진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그것을 정확히 짚는 단어는 싫어하는 내 취향이 모순적이다. 쳐진 분위기라고 말하면 마냥 나쁜 느낌만은 아니다. 차분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우울은 스스로 되먹이지만 차분함은 그저 차분하게 있는다.

그러다 파도가 일면 무언가 일어나겠지.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삶이란 우연한 계기로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 우연은 내가 만들고 내가 잡는 것임을 알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하하. 어쨌든 하나하나 따져보면 나는 고여있지는 않다. 기타도 시작했고... 지금은 3일 정도 쉬고 있지만... 내일은 연습할 거다 뭐! 랩에서 하는 연구도 조금씩 진전이 될 것 같고 그 이후의 계획도 나름 있다. 연애야말로 크나큰 고난과 역경의 과제이지만 요즘은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기분이다. 자주 쓰는 말 흐리기 논법이다 후후후...

어쨌건 나는 흐른다.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