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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127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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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의 프로그래머

<장송의 프리렌>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 프로그래밍과 마법의 유비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지금 프로그램의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느끼는 감정은 예전에 처음 C언어를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 느낀 감정과 비슷하다. 컴퓨터라는 엄청난 기계를 내 손으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전능감이 있다. 마법이 프로그램이라면 그 본질은 무엇일까. 프로그램의 본질은 논리와 계산의 자동화이다. 마법의 본질은 물리적 작용의 자동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기계공학과 같은 본질이지 않을까. 기계공학과 비교할 때 마법이 환상적인 점은 그것이 부피가 없는 원격작용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핵심적인 마법 중 하나인 염동력은 주문을 외거나 주문식을 발동시키는 등 부피가 없는 논리적 작용으로 멀리 있는 물체에 힘을 가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이 마법이 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논리적 작용만으로 물리적 작용을 일으킨다.
  • 필요로 하는 부피가 매우 작다.
  • 원격 작용도 가능하다.

이것은 마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조건이다. 만약 마법이 있다면, 그 기본 원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슈뢰딩거 방정식과 비슷할 것이다. 어떤 점에서 비슷하냐하면, 고전 물리학이 모두 거시세계에 대한 현대 양자역학의 근사로 설명된다는 점이 비슷하다. 마법의 세계에서는 언어적인 논리로 이루어진 기본원리가 있고, 고전 물리학은 그 근사이다. 어떤 고등한 논리적 작용으로 마법 세계의 아주 미묘한 부분을 조작하면 신기한 원격 작용이나 물질과 에너지의 변환이 가능하다. 어떤 면에서는 상온 초전도체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 작용이 가능하다면 마법이란 너무 강력하지 않을까? 보통의 물리작용을 생각하면, 아마 엔트로피 증가 같은 걸로 무한한 마법은 차단될 것이다. 아님 어떤 물질이나 입자가 필요하다든지… 그런 마력원은 생물이 가진 어떤 장기에서 생산이 될 것이다. 그런 생물은 마물이나 마법사라고 불린다. 꼭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마력원이 자연계에도 미량으로 있다든지, 광물의 형태로 있다든지 해서 포집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축적해서 기반시설로 보급하거나 휴대형으로 간편하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