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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358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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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사라진 이상

김기태의 <보편교양>. 과제라서 읽었다. 흥미롭다. 근데 아무도 감상문을 안 냈다. 나라도, 늦게라도, 내야겠다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삼십분 붙잡고 있었을까. 귀찮아져버렸다. 곽의 이상은 시스템이라는 용액 속에서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 이상은 게으름과 귀찮음 속에 녹아내렸다. 그 뒤에는 인터넷 구경 좀 하다가 점수가 잘 나올 것 같은 과제를 하다가 잤다. 내 이상 또한 시스템 속에 녹아내린 것 아닐까. 곽은 은재가 선물한 아무튼 비싸보이는 디저트를 맛보며 생각한다. “파괴되지 않고도 패배할듯한 달콤함…”

요즘은 “아쉬운거지”라는 말에 꽂혔는데 그렇게 아쉬운 채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이 참 무섭다. 그만 아쉬울 때다. 그 아쉬움이 영혼의 흉터로 남아 두고두고 후회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저항하는 인간이어야 한다.

곽의 자아는 결국 시스템 속에 그림자로만 남았다. 곽은 자본론을 통독할 것이 아니라, 이름밖에 외우지 못한 세 학생에게 어떻게 보편 교양을 가르칠 수 있었을지 고민해야했다. 나는 시스템 안에서 완전히 녹아 사라지기 전에 무엇으로 남아있는지, 어떻게 계속 남아있을지 고민해야한다… 아니 고민해야겠다? 고민한다. 지금부터.

책 줄거리도 추가 예정…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