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가 은근히 놀러다닐 곳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목월빵집이다. 줄서는 맛집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줄을 안 섰다.
(미리 밝혀두는데 나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나 대신 기록을 남겨준 우리 쩌러쩌러유랑단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가게 앞에서 주문하는 동안 랜덤으로 "빵? 빵, 빵. 빵-빵! 빵?" 하는 효과음이 들려왔다.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대신 빵을 외치고 있다. 아직까지도 심금을 울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미친개딱딱한돌빵을 구할 수 있다. 이 빵은 포장해가서 집에서 먹었는데 그렇게 딱딱하진 않았다. 아무것도 안 바르고 먹으면 검은깨와 통밀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잼을 발라먹어도 맛있다. 만족스러운 빵이다.
가게 안뜰이 예쁘다. 가게 자체도 세련됐지만 그보다도 세련된 것은 멀리 펼쳐진 지리산 자락의 풍경이다. 거기에 살랑살랑 들려오는 풍경 소리까지.
하지만 추워서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가길 잘했다. 그대로 밖에서 빵을 먹었다면 2층 위로는 구경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추워서 다행이다. 너무 날씨가 좋아서 다시 테라스로 나갔다.
테라스에는 풍경 소리의 진원지가 있다. 그러니까 풍경이 있는 것이다. 풍경 있는 풍경. 풍경만큼 큰 풍경이었다. 사진은 없다....
이 방문에서 테라스는 지나가는 길이었을 뿐이다. 정찰 삼아 그 위층의 옥상도 올라가봤는데 여기가 가장 낭만적이었다.
이렇게 보니 탑에 갇힌 라푼젤이 된 기분이다. 여기까지 올라오기까지 많은 미혹을 넘어야 했다. 안뜰을 넘어, 2층 실내 테이블을 넘어, 테라스를 넘어, 그 모든 좋은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끝을 보고자 하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귀한 자리다.
안에서 보면 이런 느낌. 커피, 주스와 함께 앙버터빵을 먹었다. 배가 너무 불렀다....
뒤를 돌아보면 응애 풍경이 매달려있다. 작게 틱틱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테라스의 풍경은 훨씬 크다. 거의 보신각 종과 겨뤄볼만한 사이즈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사진은... 언제 이런 걸 다 찍었나 싶은 옥상의 야외 자리다. 마무리하는 사진으로 쓰기 적절한 것 같다.
언젠가 구례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자. 목월빵집. 빵~ 빵?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