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가 재밌어서 쓰는 글. 소장하는 값은 600원… 생각보다 싸지 않지만 어차피 매달 만원 채워서 쓰기 때문에 타격감이 없다.
사람이 6개월간 사라졌다 나타나면 미뤄뒀던 일을 하게 되나보다. 아님 다른 차원에 사는 자기자신과 지인들을 만나며 객관화가 된걸까~? 왕관의 무게에서 벗어나서일지도.. 어쨌든 과감하게 결혼을 제안하는 무책임공주의 모습이다.
아아 이런걸 맛도리라고 하는 것인데.., 함께 즐길 이는 없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대나무숲 같은 곳에 그냥 외쳐본다. 으하하 맛있구나!
갑자기 과감해진 이유는 아마 명예와 권력 삶과 우주가 언제라도 휘청이고 스러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일 것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녀에게 고백할거야”라는 마음가짐. 그것이 고백하지 못한다는 플래그라면 지구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죽는다는 플래그라면 그녀에게 고백하게 될 것이다. 이쪽도 저쪽도 클리셰대로. 내가 작가라면, 멸망할줄 알고 고백했는데 짜잔 멸망은 몰카였습니다! 하는 엔딩을 낼 것이다.
그런식으로 살면서 꼭 하고 가야 하는 일을 흔히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뭐 약간은 뉘앙스가 다르지만 어쨌든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다. 버킷 리스트는 목매달기 전 양동이 위에 서서 떠올리는 소원 목록이라고 한다. 나는 이러나 저러나 평생 물구나무를 서는 한이 있어도 악착같이 살아남겠다고 다짐했기에 버킷 리스트라는 말은 쓰고 싶지가 않다. 차라리 지구멸망 리스트라고 하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이다.
참고로 지구멸망 리스트가 가정하는 상황에서 지구멸망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지구멸망 소동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아마 세계 정치와 경제가 엄청나게 요동치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진짜 멸망에 비하면 해프닝인 것이다. 그러니 텔레비전에 나가서 물구나무를 서거나하는 황당한 짓은 안하는게 좋을 것이다. 그냥 내 말은 진짜 하고 싶지만 시덥잖은 이유로 미루기만 하는 일들을 떠올려보자는 얘기다.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역시 저마다 있을 그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이다. 무엇을 떠올리든 지구멸망 리스트의 가장 큰 난점은 지구가 아마도 내일은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인데 그래도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오늘을 후회없이 보낼지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