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다는 검다. 새콤알싸한 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일까? 휴양의 도시로 보이는 제주에도 우리가 모르는 삶과 어둠이 숨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심 그런 미스터리를 기대하지만 내 좌뇌는 곧 범인을 특정한다. 제주의 바다가 검은 이유는 바다 바닥이 검기 때문이다. 제주는 돌이 많은 섬, 그 돌은 현무암이다. 용암이 바닷물에 빠르게 식어 생기는 검은 색의 구멍 송송 뚫린 돌. 제주의 바닥은 대부분이 검은 돌이다. 제주 바다에는 흰 모래만큼의 검은 돌이 깔려있다. 바다는 반사율만큼 하늘을 반사하고 투과율의 제곱만큼 바닥의 반사광을 투과한다. 바닥은 반사에 서툴다. 현무암은 햇빛을 삼킨다. 그래서 제주 바다는 검다. 미스터리는 미스터리가 아니게 되었다. 이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 하지만 검은 바다 사건의 전말 또한 참 제주 답다고 생각했다.
일지 281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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