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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245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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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놈이 꼴찌 한다

심리학개론 시험과 과제가 모두 끝난 기념으로 재미있는 심리학 논문을 하나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제목은 <행복한 남자가 꼴찌 한다: 감정 표현이 성적 매력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인용: Tracy, Jessica & Beall, Alec. (2011). Happy Guys Finish Last: The Impact of Emotion Expressions on Sexual Attraction. Emotion (Washington, D.C.). 11. 1379-87. 10.1037/a0022902.)

논란(?)이 되는 그래프는 이것입니다:

수평축은 감정 표현이 담긴 사진, 수직축은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평가한 매력 점수 평균입니다. 남성에게는 여성 사진 한 장, 여성에게는 남성 사진 한 장을 보여주고 매력 점수를 1과 9 사이로 평가하게 한 것입니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이상한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감정 표현 사진 뭉치에서 다른 감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가장 적은 사진들을 뽑은 것이라고 합니다.

저 그래프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남성의 행복한 표정(happy)이 다른 감정들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pride)보다 떨어지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싶은데, 치욕스러움(shame)이나 특정한 감정이 없는 모습(neutral)보다도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신기합니다. 여성의 행복한 모습이 매력이 높다는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남성의 행복한 모습이 매력이 낮다는 사실은 이 연구에서 처음 밝혀냈다고 합니다.

논문에서는 각 감정의 영향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추측을 내놓습니다. 먼저 행복이라는 감정이 미치는 영향입니다.

  • 행복한 모습은 여성성(femininity)과 우위에 서려하지 않음(low dominance)을 나타낸다. 이는 남성은 덜 매력적이고 여성은 매력적으로 만든다.
  • 행복한 모습은 성관계 수용성(sexual receptivity)을 나타낸다. 이것이 높은 여성은 남성에게 매력적이지만, 이것이 높은 남성은 여성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남성이 성관계가 고프거나(neediness) 절박하다고(desperation)까지 받아들인다.

다음은 자신감(pride)의 영향입니다.

  • 자신감은 지위가 높다는 것과 관련되며, 이는 곧 남성성과도 연결된다. 사진의 자세는 상체의 튼튼함을 부각하여 남성성을 높인다.
  • 반면 진화적으로 여성의 자신감, 즉 높은 지위는 남성에게 있어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 현대의 남성은 자신감 있는 여성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감정 표현에서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치욕스러움(shame)의 영향은 다른 것에 비해 더 복잡하다고 합니다.

  • 치욕은 낮은 지위와 굴종(submission)의 표현으로, 여성성의 한 지표이다.
  • 치욕은 사회적 규칙의 인정과, 그것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갈등에서 물러나 타협했다는(appeasement) 메시지를 내포하고 신뢰성을 보여준다. 이는 여성의 매력을 높인다.
  • 타협의 메시지는 남성의 매력도 설명한다. 신뢰성과 사회 참여(group commitment)가 남성의 매력을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치욕의 표현은 남성을 사회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한다. 그런 비용을 감수하고 창피함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여성은 진정성을 느껴 매력이 높아진다.

다만 사진에 나타난 치욕의 표현은 슬픔이나 자의식, 수줍음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경우 남녀 모두 동정심을 유발하여 매력을 느끼게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뒤에 몇 가지 내용이 더 있긴 하지만 더 해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세요.

이 그래프에 대해 심리학개론을 같이 듣는 친구와 이야기를 해보고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자신감과 치욕은 모두 어떤 도전의 결과에 대한 감정이지 않을까요? 그것이 성공하면 자신감을 느끼고 실패하면 치욕을 느끼는 것이죠. 언제나 행복하기만 해서는 밍밍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일지도.... 여성은 그렇게 생각한대요. 저는 남성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 관찰이 나왔다면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죠. 더욱더 꿈을 꾸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또 한 가지 얘기한 것은 이 그래프는 첫인상이 주는 매력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속없는듯 웃고 있는 남자보다 야망을 품고 눈을 빛내는 남자가 매력적인 것이죠. 좀 더 깊은 관계가 된다면 꿈을 위해 가정이고 뭐고 다 내팽개칠 수 있는 사람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남성으로서 의견을 남기자면 여성의 웃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은 전부터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저 역시나! 밖에 할 말이 없군요. 저 그래프에서는 자신감의 표현이 중립적 표현보다 매력이 낮게 나왔지만 다른 표본에서는 중립 표현과 비슷하게 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꿈이 있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저런 어색한 자세 대신 좀 더 매력적인 사진을 실험에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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