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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140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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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게임

상상하고 예정하고 계획하고 결심하는 일들이 모두 침대에 파묻혀 공중에 망상으로 흩어질 때 더할 바 없는 공허함을 느낀다. 차라리 누군가 끌어내주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내가 단단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일어나지 않겠다는 한 번의 판단은 치명적이다. 그 결정을 내린 과정이 너무나 단단해서 환경의 변화가 없는 한 나는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두려운 일이다. 때문에 나는 순간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고 눈 앞의 풍경에 따라 돌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본성이 너무나 게으르고 허약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파도를 일으켜야 한다. 한번의 기적이 일어날 때까지 무수한 주사위를 던져 마침내 야추를 띄웠을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종종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종종 성공할 것이다. 오늘도 침대 밖에 펼쳐진 세상을 계속 상상한다. 가장 보잘것없는 상상만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이 계속 이루어지니 삶은 계속 살아갈만하다. 아침은 계속 일어날만하다.

이젠 저녁을 지어먹고 컴파일러 레포트를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