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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207호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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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국수가 땡땡해지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불면증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불안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각성된 것이 이유라는 것 같다. 음 실은 심리학개론 수업을 듣는 체 마는 체 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주었으면 한다. 이 글은 부정확한 확신으로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쓰는 글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불면증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인지행동치료라고 한다. 대개 수면제를 처방하곤 하는데 수면제를 먹게 되면 당장 잠에 들 수는 있지만 렘 수면을 방해하여 잠의 질을 떨어트리고 깬 이후에도 몽롱한 상태가 이어진다. 수면제는 먹기 싫으니 인지행동치료를 해보면 잠에 드는 시간을 당길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수업시간에 인지행동치료는 대충 상담을 받는 것이다 라고 들어서 그렇다면 불면쟁이들이 모인 음성 채팅방을 만들어 서로 상담을 해주면 아마추어할지언정 효과가 있지 않을까 제안해봤다. 흠 근데 인지행동치료는 어떻게 하는거지? 나무위키님께 물어보니 여러 기법으로 내담자의 왜곡된 생각이나 가치관을 고쳐주는 치료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면증 환자만 모여서는 불안을 야기하는 서로의 왜곡된 생각을 더욱더 왜곡시키면서 영원한 왜곡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릴테다. 만약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거기에 껴서 올바름으로 가스라이팅을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근데 만약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면 불면증은 없을테니까 그 방에서 밤늦게까지 상담을 해주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또 역으로 왜곡된 생각에 가스라이팅을 당할지도 모르지. 이리봐도 저리봐도 좋지 않은 생각 같다.

그러면 드는 한가지 의문. 심리상담사는 모두 불면증이 없을까? 심리상담사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채로 가스라이팅을 해야 하니까 불면증이 없어야 할텐데, 또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웹툰 <펀치드렁커드>를 보면 알코올 의존증인 정신과의사도 있고… (???: 도민수는 없는 사람이야… / 그치만 나는 고태호 작가의 현실 감각을 믿어!) 다만 정신과의사는 주로 약물치료나 그런 생리학적 기법에 집중하니까 상관없을 수도 있다. 심리상담사는 누구보다도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일반인보다는 수월하겠지. 누구보다도 고단한 감정노동자들이겠구나.

한편 지난 며칠간 깊은 새벽에 긴긴글을 쓰고 잠드는 일을 반복하며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불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불안감을 꺼내어 정리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치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김초엽의 단편 <감정의 물성>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에는 물건에 감정의 이름을 붙여 파는 제품들이 나온다. 행복의 돌을 만지작거리면 위약 효과인지 뭔지 몰라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행복, 사랑, 즐거움 같은 긍정적 감정의 물건들을 사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근데 사람들은 왜 우울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도 사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런 사람들은 그 감정을 만지고 잡을 수 있는 형태로 갖고 싶어한다. 구체적으로 물화하여 소유하고 통제하고 싶어한다. 글을 쓰는 일도 감정의 물성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로 쓰는 글은 내 안에 휘몰아치는 불안과 고민들을 글로 언어로 풀어낸다. 구체화된 불안을 분석하여 해체하면 불안은 더이상 괴물처럼 나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귀여운 심술쟁이 요정 같은 것이 된다. 잘 어르고 달래 길들이면 다시 한 번 성장한 내일이 올 것이라 믿게 된다.

후후, 심술쟁이 요정의 이미지는 잘 만든 것 같다. 오늘 글쓰기의 큰 수확이다. 앞으로도 하나씩 길들여보자. 밤에는 결국 나의 불안들도 새근새근 잠에 든다. 그런 평화로운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로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은 여름철 장대비 같은 노래, 결속밴드의 <karakara>(달각달각)를 가사 몇 구절 소개하며 마친다. 첫 구절인 “중대한 문제를 껴안고 잠들어”에서 이미 마음을 빼앗겨있다. 아래는 후렴구다.

자, 뛰어들어봐 /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
철없는 마음을 내일로 보내는거야

직역하면 “어린 마음”이지만 여기선 아직은 어리지만 자라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찬… 자기연민에 잠겨있으면서도 성장한 모습을 그리는, “철없는 마음”이 맞지 않을까.. 그리고 변주된 후렴구.

자, 내딛어봐 /
자신있는 무기는 아무것도 없지만 /
철없는 마음을 내일로 보내는거야

내일도 우당탕탕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