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회차 관람을 하고 왔습니다.
보면서 생각한 것들 기록해둡니다.
스즈메 ~ 다이진
타마키 이모는 스즈메에게, 스즈메는 다이진에게 "우리집 애가 될래?"라고 묻습니다. 다이진은 스즈메에게 질타 받을 때 쭈그리로 돌아가죠. 스즈메가 다시 애정을 보일 때 다이진은 활력이 돕니다. 스즈메는 그때까지 계속 쭈그리 상태였던 거죠. 사람들을 만나고 중요한 일을 하면서 스즈메는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뭔가 둘이 분신 같은 느낌 아닐까요. 설정 상 그렇다는 게 아니고 알레고리 상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더 있는데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치유의 첫 과정
<종교와 영화>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로 수업을 하면서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주류 해석은 파이가 식인을 했고 호랑이 이야기로 의미를 부여하며 위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왔던 얘기가 트라우마 치료의 첫번째 과정은 그 일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스즈메의 여행도 트라우마를 이야기하기 위한 과정이죠. 마지막 여행지는 지진과 쓰나미로 황페화된 고향 마을입니다. 스즈메에게도 이모에게도 고향은 트라우마 그 자체입니다. 그 장소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깊이 묻어둔 일기를 다시 꺼내어 읽을 수 있게 된다는 것. 자세히 보면 스즈메가 저세상의 불타는 거리를 걸을 때 눈물이 맺혀있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상황 자체의 두려움도 있겠지만 트라우마가 계속해서 떠오르기 때문에 괴로움으로 맺힌 눈물일 겁니다. 또 선박이 건물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이미지가 계속해서 나오는데요.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인에게 각인된 재난의 대표적인 이미지 내지는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스즈메와 소타는 그 선박 위에 올라서서 요석을 사용합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을 이미지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비
영화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이미지가 또 나비입니다. 나비가 날아오르면서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장면도 있었던 것 같고, 나비 두 마리가 폐허나 버려진 자전거, 또는 스즈메 머리 주변을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장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나비들도 뭔가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희망이나 치유 뭐 그런 걸까요.
자전거
세리자와의 차가 논두렁에 쳐박히자 타바키 이모는 쓰러져 덩쿨에 감겨있던 자전거를 타고 혼자 달려가는 스즈메를 쫓아갑니다. "달리는 자전거와 함께 스즈메와 타바키의 관계도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다"라는 느낌입니다. 폐허가 되고 덮여있던 자전거가 다시 구를 수 있게 된다는 것. 스즈메와 타바키의 화해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정리 - 영화에 대한 생각
영화에 대한 수업을 몇 개(사실 둘 뿐입니다) 들으면서 보면 볼수록 영화에 담긴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은 배우들의 연기나 대사, 줄거리, 음악 정도에 집중을 할텐데요. 사실 나열을 해보니 이것도 많은 것 같은데 영화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이 들어있습니다. 배경, 구도, 명암, 색감, 미장센, 알레고리 등등... 용어는 잘 모르지만 굉장히 뭐가 많습니다. 이 모든 게 관객의 경험을 엮어내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궁극의 예술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여기에 상호작용까지 더하면 비디오 게임이 될텐데 아무래도 게임은 예술보다는 오락의 성격이 강하니까요. 진짜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면 영화 감독이나 연출가 같은 사람이 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인터넷에서 보이는 영화평들은 줄거리의 개연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영화에서 줄거리는 경험을 엮어내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줄거리 하나로는 감독이 전하려는 경험을 다 전할 수 없습니다. 음악과 여러 영상적 연출 등등을 다 모았을 때 완전한 작품으로 성립하는 거죠.
사실 분석하거나 생각하지 않고도 그 여러 요소가 다 느껴지면 좋겠지만 아직은 영화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영화광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