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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불가능 원리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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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대가리가 히메가리가 없다. 자꾸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주 마음에 안 든다. 뒤통수의 틈새를 들여다봐도 힘으로 받치는 구조를 잘 모르겠다. 혹시 선풍기를 켠 채로 고개를 젖히면 굴러가는 자전거가 서듯 버티지 않을까? 그래서 켠 채로 고개를 젖히면 일단 버틴다. 근데 이게 자리를 잘 잡아서 버틸 뿐인 건지 각운동량 보존으로 해결이 된건지 모르겠다. 이건 궁여지책도 아니고... 기우제에 더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다.

연구실 서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버실이 건물 전기점검으로 정전되었다. 공지가 있었으니 전원은 미리 꺼두어 그쪽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어째선지 파일시스템 검사는 돌아야했지만. 그리고 부팅이 됐다... 의문의 두번째 디스크로. 갑자기 도대체 왜...? 이로 인해 메일 인증서는 3년전에 만료되고 나는 서버에 없는 계정이 되는 타임슬립을 겪어야했다. 웃긴게 사용자 데이터가 있는 디스크는 정상적으로 접속이 되어서 웹사이트는 정상 사용이 되는(비록 https 보안접속은 불가했지만) 기묘한 불완전 타임슬립이었다.

-사진: 바이오스 헤집기

현실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방식으로 괴롭힌다. 내가 이미 겪은 괴롭힘은 덜 괴로워하니 운명이 오기를 부리는 걸까? 그날 서버실 방문은 내가 상상했던 조금만 귀찮은 버튼 딸깍이 아니었다. 기상천외하고도 문제적이고 아주 짜증이 밀려오는 비자명한(non-trivial) 작업이었다. 10년간 업데이트 안된 서버의 바이오스를 헤집고 다니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고 수차례의 재부팅 뒤에도 여전히 의문의 두번째 디스크로 부팅이 되었다.

그날은 아침 11시 수업도 있어 대충 봉합하고 올라갈 생각으로 마지막 재부팅을 하였다. 수업 전까지 고쳐서 강의 페이지도 살리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니 잘 고쳐져있었다. 1시간 전에 내가 쓴 점검 완료(아님)(근데 이제 맞음) 메일이 도착했다.

일단은 바이오스를 헤집고 다니면서 건드린 게 먹혀들었다는 결론이지만 100% 자신은 없다. 막말로 우연히 디스크 인식이 되기 시작한 걸수도 있고.... 최근 서버 관리는 인공지능의 많은 자문을 받고 있는데 이 자문의 말로는 UUID가 같은 서로 다른 내용의 두 디스크가 있다고 한다. 참고로 UUID는 universally unique identifier의 약자로 대충 우주적으로 유일한 번호, 즉 절대로 중복되지 않을 고유성이 보장되어야 할 번호이다. 이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두 물체가 같음을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UUID가 같은 두 디스크에 서로 다른 데이터가 들어있는 것은 라이프니츠 원리(A와 B가 같으면 F(A)와 F(B)도 같다)에 대한 중대한 위반 현장이다. 결국 라이프니츠 원리도 고전논리학이라는 거대한 설정 놀음의 일부일 뿐이라는 반증이라 할 수 있겠다.

마음 같아서는 이 3년전에 얼어있는, 그리고 가끔씩 우리를 3년전으로 불완전하게 타임슬립시킬 두번째 디스크를 뽑아서 던져서 산산조각 내고 싶다. 여기서는 대신 불특정소수의 연구실 선배를 원망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디스크를 뽑아서 던져서 산산조각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랬다가는 더욱 문제적이고 짜증이 밀려오는 일이 따를 것이다.

대신 두번째 디스크의 UUID는 바꿔놓았다. 마치 데이터베이스에서 주요번호(primary key)를 수정하는 일과 같다. 그래도 되나 싶고 실제로 SQLite에서는 그럴 수 없도록 막아놓았다고 하는데 아무튼 바꿔놓았다. 어차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양성종양 같은 디스크다. 뽑아서 던져서 산산조각 내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예상가능하고 문제화하지 않을 수 있으며 눈감을 수 있는 조치이다.

결론. 사소한 일조차 궁극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럴 때는 궁여지책과 기우제를 적극 활용하자. 그리하여 심신의 안정을 얻고 중요한 일에 다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하자. 궁여지책은 대체로 궁극적 해결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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