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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안녕

푸른레몬팝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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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from 고성입니다.

고성으로 워케이션을 왔습니다. 일을 하려고 온 건 아니고요. 그냥 숙소가 워케이션용 숙소에요. 워케이션용 숙소가 뭐냐고요? 방 안에 데스크매트가 깔린 업무용 책상이 있거나 1층에 통유리로 된 전망 좋은 스터디룸 같은 게 있으면 워케이션용 숙소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맹그로브 고성이고요. 비싼만큼 값어치를 합니다. 숙소가 바다를 향해 있어서 통유리로 24시간 해안의 모습을 즐길 수 있어요. 근데 고성엔 할 게 없어요. 서핑? 카페 탐방? 할 게 없어서 워케이션용 숙소가 있는지도 모르죠. 

지금은 밤이에요. 통유리로 보이는 건 해안을 비추는 조명과 멀리 등대에서 깜빡이는 빨간 불빛 뿐입니다. 숙소 주변에는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대요.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하나둘 여기 사무공간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신가요? 방금 찍은 사진을 올리려고 했더니 모니터 화면이라든지 책상 위 물건이라든지 너무 사적인 것이 많아서 올리기가 부끄럽습니다. 맹그로브 고성을 검색해보세요.

여기 오신 분들 다들 설연휴 끝나자마자 되게 바쁘신 것 같은데 여행을 와서도 일을 놓아주지 못하는 것인지 일이 너무 많은 와중에 정신적 건강을 조금이나마 챙기기 위해 여행을 온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자리는 모니터가 굉장히 커서 유리창 너머로 시선이 갈 수가 없는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앉으신 분은 고성의 바다를 잠깐이라도 보셨을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포커스 블록에 앉아 있는데요. 모니터암에 달린 모니터, 모니터 위에 달린 조명, 모니터 받침대, 블루투스 연결 가능한 로지텍 마우스와 키보드, 가죽 데스크 매트, 각종 연결선, 콘센트가 훌륭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데스크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설비의 훌륭함이 눈에 더 들어오는 것 같네요. 

이런 좋은 시설에서 코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자 다짐했기 때문에 대신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는 무엇인가 고민해보다가 블로그를 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 되게 열심히 일한다.'하고 봤는데 개인 블로그 글을 남기고 있다면 반전이지 않나요? 블로그가 업인 사람은 또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글은 그런 건 아니니까요. 종이 일기장에 그림도 그리고 스티커도 붙이고 하면 더 확실히 일하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겠네요. 하지만 이건 방으로 돌아가서 하려고 합니다.

나름의 근황 공유였습니다. 숙소 소개가 무슨 근황 공유인가 싶으실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내 근황인 걸. 

내일은 Void Room에 가보려고 해요. 방에 아무것도 없고 바다를 향해서 창문이 하나 있는 듯 해요. 명상 방이죠. 1인당 하루 최대 1시간만 예약할 수 있대요. 오래토록 명상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요. 가끔은 아지트나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는 일이 명상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명상의 감상은 내일 직접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지트에 적어둔 초안이 10개가 넘는데 마무리를 못 지었거나 몇 가지 키워드만 있어서 더 길게 적지 못한 것들이거나 합니다. 오늘 오랜만에 다시 훑어봤는데 처음 글을 적었던 때의 생각과 약간 다른 시각에서 주제를 바라보게 되거나 더 얘기를 할 것들이 생겼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모르죠. 워케이션 동안에 다른 글을 더 많이 적게 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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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방금 찾아봤는데 가서 작업도 하고 여행 느낌도 나서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