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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생각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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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보깊이란 무엇인가
산발적으로 정보에는 깊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의 깊이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최근 한자를 조금씩 외우고 있는데 내가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얕다고 느꼈다. 하지만 얕다? 정보가 얕다는게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정보에게 다른 정보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공간구문론에서 공간깊이를 몇개의 다른 공간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가로 결정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또하나의 의문이 남는다.

2. 정보깊이는 절대적인가?
安편안할 안. 이 글자는 두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다. 그런데 사실 몰라도 된다. 왜냐면 그냥 전부 외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만약 두 글자를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라는 사실로서 그것을 인지하면 그건 한단계 깊은 정보다. 하지만 경우의 수를 전부 외워버리면 얕은 정보다. 한자실력으로서는 똑같은 두 경우에서, 정보 깊이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3. 왜 때때로 얕은가?
이론은 요약적이고 압축적이며, 그것이 흔히 깊이를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며 모든 경우를 다 외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나 부분은 얕은 상태로 작동한다. 그것은 관습적인 방식이 장기적으로 문제없이 작동 가능할때 발생한다. 첨단 과학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따라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대로 도태되고 새로운 이론에 적응하여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관습적인 분야는 그것이 딱히 이해되거나 깊이가 없어도 "있는 그대로" 용인 된다.


4. 후기 생각
내 주변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마찰적인 인지부조화의 원인을 언어화한 기분이 든다. 무언가를 배운다는건 나에게 너무나 힘겨운 일이다. 때때로 무언가를 알아야 할때 양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질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고민되는 순간이 온다. 그냥 수많은 사례집을 찾아보면 내가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을까? 혹은 이런 얕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단지 시간을 버리고 있는걸까? 그런데 레닌은 양이 곧 질이라고 했다. 한병철이 말하는 수많은 정보의 나열과 무간격성, 원격성이 없는 양적인 나열이 현대의 특징일지라도, 어쩌면 양적인 정보 속에서 우리는 질을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이 지능적인 탄력성과 적응성을 만들지도 모른다. 반대로 질은 곧 양이다. 정보의 정확한 연결구조를 아는 사람은 그 틀에서 수많은 결론을 양산해낼 수 있다. 결국 어느쪽도 버릴 수 없는 전략. 흔히 한국인이 한국말의 문법을 잘 몰라도 한국말을 할 수도 있고, 외국인이 문법을 배워서 한국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과 같다.

5. 외전
나이가 들어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 공부하는 것이 된다고 한다. 일종의 언어를 배우는 뇌과학적 타이밍이 있다는 말인데, 나는 여기서 나아가 과연 우리가 구사하는 말은 우리에게 있어서 모국어인지 의심해보았다. 누구나 수십년간 외국어를 듣고 배우면 더이상 겉보기에 언어 실력이 원어민과 구분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해진다. 반대로 능숙한 언어구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꼭 모국어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유년기에 사용했던 언어와 지금의 언어는 정말로 같을까? 어쩌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능숙해진 타자의 언어, 외국어 같은 언어를 쓰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구조를 알고 사용하는 언어는 충분히 적응적이고 능숙하다. 하지만 정말 모국어는 그냥 그것을 그것으로서 아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가장 얕은 정보이면서, 가장 깊은 이해다. 하지만 이것이 얕은 이해를 정당화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생각이 계속에서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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