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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특이점이란 무엇일까

회전하는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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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구들과의 갈 곳 없는 잡담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AI가 특이점에 도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눈으로 쫓기도 어려운 빠른 기술 발전을 보고 '특이점이 온다'라는 표현을 관용적으로 쓰는 시대가 되었지만, '특이점'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크게 두 가지 의견이 대립했는데, 그 관점이 꽤나 흥미로워서 급히 글을 써 본다.

첫 번째, "AI가 스스로 성장하여 인간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 이건 인간 중심적으로 정의한 특이점이다. 지금의 AI는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있지만, 여기에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달라붙어 AI의 미세 부위 이곳저곳을 시술하며 흘리는 땀이 필요하다. 하지만,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그걸 기반으로 혼자 자기 자신을 개선해 나간다면 어떨까. 지금 당장은 인간보다 못할지라도, 언젠가 인간을 뛰어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AI가 대체하게 될 것이고, 인간들은 일할 의지를 잃어버릴 것이다. 이건 인간의 생활 양식을 덮치는 큰 쓰나미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AI가 스스로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는 시점". 이건 '특이점'이라는 단어의 유래에 좀 더 집중한 정의이다. 본래 이 말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중력 특이점', 즉 "공간과 시간이 무한히 왜곡되는 지점"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인간을 뛰어넘는 성장이 아니다. '무한한 성장'이야말로 특이점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스스로 성장해 인간을 뛰어넘더라도 거기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면 그건 특이점이 아닌 것이다.

어느 쪽이 무조건 맞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옛날의 똑똑하신 분들도 '기술적 특이점'에 대한 정의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존 폰 노이만은 "기술의 항구(恒久)한 가속적 발전으로 인해 인류 역사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변곡점"으로 특이점을 정의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항구'라는 단어인데, 국어사전에 따르면 "변하지 아니하고 오래가는 것"이다. 구(久)라는 한자가 '영구(永久)'라는 단어에도 쓰이듯, '변하지 않는 영원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를 AI에 대입하면, 폰 노이만은 AI가 끊임없는 발전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을 때 특이점이 온다고 말할 것이다. 즉, 두 번째 의견에 더 들어맞을 것이다.

좀 더 후대의 사람들은 다른 관점에서 특이점을 바라보았다. 수학자이자 소설가 버너 빈지는 특이점을 "인공지능을 통한 초지능이 탄생하는 시점"으로, 대놓고 인공지능을 겨냥해 정의하였다. 여기서 '초지능'이란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이므로, 성장을 통해 인간을 넘게 되는 지점에 집중하는 첫 번째 의견에 합치한다. 『특이점이 온다』를 저술한 레이 커즈와일은 "비생물학적 지능의 총합이 생물학적 지능의 총합을 넘어서는 시점"이라는 정의를 제시했는데, 이 또한 '인간을 넘는다'에 초점을 맞춘다. 어차피 인간을 넘어서는 순간 인간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기술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사이클을 무한히 반복하게 될 것이니.

어느 쪽의 정의이든, '특이점'이 우리 현실에 도달하는 순간 지금의 인간 일생의 개념이 완전히 뒤집혀 버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인간이 해 오던 걸 인간 부산물인 기술이 다 해 줄 것이니까. 다만, 특이점이 온다고 그 즉시 우리 생활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빛이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에도 약 0.13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모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의 연속성이라고나 할까. 어찌됐든, 특이점이 찍히더라도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고민할 시간은 잠깐이라도 주어질 것이다. 나는 이걸 '시간이 내리는 자비'라고 생각한다. 그 자비 하에서 나는 변화할 세상 속에서 나의 위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할 뿐이다.

Reference

  • 여러분이 가꾸어 나가는 지식의 나무, 나무위키
  • 수상한 서울대생 14명이 모인 톡방
  • 네이버 국어사전
  • 내 작은 뇌
  • GPT-4o: 첨부한 그림은 본문을 그대로 옮긴 뒤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말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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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풀어내는 일 자체보다 무슨 문제를 푸는지가 중요하죠. 늘 그래왔듯이요.

AI 특이점이 오면 과연 인류가 더욱 풍요로워질까? 의문을 갖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