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하철 지나다니는 소리에 대해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겨울을 지내면서는 전기장판에 귀를 대면 드그드그드그드그드그득 하는 소리가 한번씩 들려오는 게 기분 나빠서 지하철 소리 듣는 걸 관뒀습니다. 날이 풀리면서 전기장판을 안 깔아도 되는 날씨가 되니 그 드그드그드그드그드그득 하는 소리도 안 들어도 되겠다 싶어 홀가분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지하철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젠 바닥에 귀를 대지 않아도 구구구구구궁 하는 소리가 한번씩 들려옵니다. 그걸 들으며 아직도 막차가 안 끊겼구나, 내지는, 벌써 운행이 시작됐구나, 하는 생각들을 합니다. 그 소리가 졸업이 다가오고 할 일을 미루며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는 들을 때마다 뭔가 철렁하는 기분이 듭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 같달까요. 마감이 다가오는 게 싫은 건 마감이 다가오면서 해야 할 일을 더 해야 하게 되는 게 싫어서인 것 같습니다. 하기 싫은 마음으로 방 안에 누워있다보면 제가 하기 싫든 하기 좋든 하기 싫은데도 일어나서 하든 하기 싫으니까 계속 누워있든 시간이 제 속도로 흘러만 가고 시간이 흘렀으니까 지하철은 다시 돌아오는 게 기분이 더러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언젠가는 마감이 지날 테니까, 마감이 지나고 나면은 정작 홀가분한 기분만 남을 것도 같습니다. 그땐 미뤄둔 일들을 해야죠. 재밌을 겁니다.
지하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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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비가 안내리면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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