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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것들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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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제대로 된 애호박전을 부쳐서 먹고 싶다. 애호박전을 생각한지 꽤 긴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애호박전을 부쳐서 먹고 싶다는 얘기를 언젠가 꺼냈는데 "그 정도는 오늘 장 봐서 들어가면 바로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애호박전을 부치고 싶지만 막상 장을 보러가려고 하면 그럴 의지가 있다면 졸업 논문을 얼른 완성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역시 졸업 논문은 쳐다도 보기가 싫어졌으므로 난 졸업 논문도 안 쓰고 애호박전도 안 부친다. 잔뜩 부풀려진 이 졸업 논문이란 녀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써라, 좀 써라 하며 나를 매 순간 재촉한다. 차라리 직장을 다닌다면 집에 와서까지 일을 해야 하지는 않을텐데 하고 상상한다.

미뤄둔 모든 일들은 논문 제출이 마감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졸업 논문 외에는 딱히 대단한 의지를 길러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만 하고 있다. 책을 읽는다든지, 동영상을 본다든지, 아지트에 넋두리를 늘어놓는다든지, 산책을 나간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새롭고 체력을 소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들은 못하겠다. 그럴 힘이 있으면 졸업 논문을 써라, 힘이 남아도는데도 졸업 논문을 안 쓰는 거냐,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예컨대 운동이나 요리, 새로운 게임 같은 건 할 수가 없다....

오늘도 저녁에 무얼 먹어야 할까 고민했다. 콩나물국을 해서 냉장고에 식혀 먹는다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려면 재료들을 사야하고 얼마나 살지 정해야 하고 그 재료들을 상하기 전에 다 먹어야 하고 재료가 있는 동안은 매일매일 요리를 해야하고 그러면 설거지도 매일매일 해야하고 그러는 동안 졸업 논문 쓰는 시간은 줄어들기만 하고... 너무 많은 질문에 답을 정해야 해서 애호박전과 함께 미뤄두었다. 밥에 콩나물국에 애호박전을 먹으면 완벽한 끼니가 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끼니는 의지를 쏟아야 하는 다른 일이 없을 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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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전 좋은데? 나도 만들어야지

아예 다같이 요리하는것도 재밋을지도 ?? 난 전골끓이고싶다

중원아 다다음주부터는 계속 달리기 할 수 있다는 소리네 ㅎㅎ

그래도 졸업 논문, 하면 금방 할 수 있을거에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