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줄거리가 재미있어보여서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샀습니다. 표제작은 올해 대상을 받은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입니다. 주인공은 아버지 “태수 씨”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마다 태수 씨가 남긴 짤막한 유언들을 전합니다. 주로 태수 씨가 학생운동하던 시절의 동료들입니다. 태수 씨의 말투를 흉내내며 말을 전하면 조문객들은 울고, 웃고, 화를 냅니다. 태수 씨는 자신의 장례식이 유쾌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태수 씨는 그의 마지막 가족인 진돗개 유자가 장례식에 와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딸들은 태수 씨를 위해 공작을 모의합니다. 태수 씨의 바람대로 장례식장의 마지막 날은 유자가 난입하면서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화를 내는 어머니에게 주인공을 통해 전해지는 태수 씨의 말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납니다. 뒤에는 작가의 “문학적 자서전”이 이어집니다. 작가가 아버지를 간병하던 시절에 쓰기 시작했다더군요. 소설과 달리 작가는 장례식에서 사람들에게 한마디씩 전하지도, 개를 데려오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으로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면 서글퍼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럼에도 태수 씨를 사랑하는 마음은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요. 소설은 결국 작가의 삶과 세계를 이야기로 고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특하고 화려한 설정의 SF보다 이런 자전적인 이야기에 훨씬 몰입되고 깊이를 느끼는 것은 그 안에 더 날 것의 진짜가 스며들어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 찾아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개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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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흥미로워 보이는 소설이네요.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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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기필코 사치를 부려야겠다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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