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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바쁘지 않아요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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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게 시간이 없는 거라면 저는 바쁘지 않습니다. 잠도 많이 자고 밥도 세끼씩 챙겨먹고 맨날 산책도 다니고 애니도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졸업논문이요? 푸하하, 전세계 사람을 통틀어서 딱 두명이 읽을 글을 쓰는 게 뭐 그리 힘들 일입니까. 그렇게까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졸업은 합니다. 지금 제가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건지 교수님도 모를 겁니다.

게다가 수업은 하나밖에 안 듣는다구요. 비록 대학원 수업이고 프로젝트가 있긴 하지만 얼마나 재밌는데요.

그러니까 전 바쁘지 않습니다. 그리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제가 제일 참을 수 없는 게 미리 시작하는 걸 치켜세우는 말입니다. 저는 단지 할일이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딱 여러분이 지켜보는 동안에만 그 일을 하고 있는 슈뢰딩거의 달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은 그 개같은 긴장 상태 속에서도 계획한 일을 안하고 버티게 되는 걸 보면 인내심이 좀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인내심이 안 생겨서 할일을 이미 다 끝내버렸다면 좋았겠지요.

좀 바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침의 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하는 기분만 덜어낼 수 있다면 바로바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텐데요.

버킷리스트를 생각해봤는데요, 죽기 전에 꼭 하고싶은 그런건 없더라구요. 지금은 아무 걱정없이 멍 때리면서 재미있는 상상을 오랫동안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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