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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병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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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병을 앓고 있다. 졸업에 대해 생각하면 속이 쓰리고 잠이 몰려오는 병이다. 졸업공포증이라고 불러도 좋다. 졸업논문을 미리 썼더라면 덜 아팠을지도 모른다. 논문은 언제나 일찍 쓰기 시작할수록 좋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다. 논문 연구가 아닌 대개의 일은 재밌다. 논문 연구는 재미있었지만 재미없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오랫동안 붙들고 있으면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아니 재미는 여전히 있지만 피곤해진다. 연구는 재미있지만 힘들다. 예전에 하던 머리아픈 게임들과 비슷하다. 아마 가장 해야 하는 일은 재미없고, 그 나머지 일들이 재미있어지는 게 이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속이 쓰리다. 이번주 월요일 아침에는 이 속쓰림만 가셔도 할 일을 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속이 쓰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그 고민은 해로운 것이다. 매일 고민만 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 대개의 고민은 고민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고민의 여러 방책들은 하나같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우습게도 대개의 방책은 쉽게 수행되고 쉽게 고민을 해결해버린다. 아무것도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주어진 일이 완벽하게 해결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일의 시작과 끝을 맺는 것이다.

속쓰림만 가시면 시작을 할 수 있다. 고민을 하면 속이 쓰리다. 나는 그냥 희망을 갖기로 했다. 전처럼 성실하고 충실하기만 하면 전처럼 무엇이든 잘 이룰 수 있으리라. 그 말의 무책임함에 위기를 느껴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고민은 나를 돕지 못했다. 어쨌든 하루종일 매일매일 고민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의 시작과 끝을 맺기 위해 고민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어찌됐든 언제나처럼 80%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때 내게 될 것 같다. 부족한 20%를 위해 시간을 더 쓰면 좋았을텐데~라는 고민은 무용하다. 아마 그런 세계선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세계선이 있다한들..., 그건 운이 좋을 뿐인 것 같다. 어떤 신기한 우연으로 좀더 일찍 속이 쓰리지 않게 될 뿐이다. 나는 내가 열심일 수 있는 시간동안 열심으로 임하는 수밖에 없다. 더 열심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지만 그건 운이 좋을 경우이고 열심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운이 좀 나쁠 뿐인게다.

운이 좋기를 기도하자. 그런 기도는 행운을 만들어낸다. 기도는 마음을 만들고 마음은 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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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해야 하는 일은 재미없고, 그 나머지 일들이 재미있어지는 게 이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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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이 취미를 갖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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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은 즐겁지만 그걸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