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전부터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가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 세계는 매일 잠에 들기 전 조금씩 상상을 첨가해 가며 확장되고, 여러 부분이 밝혀진다. 중간중간 이치에 맞지 않거나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계의 일부를 다른 것으로 갈아엎어버리기도 한다. 사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세계는 그렇게 몇 번이고 갈아엎어져 다시 시작한 세계이다. 나는 잠에 들기 전 보통 이 세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누구도 나를 건드릴 수 없고, 온전히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그곳에서 나는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물론 나 말고는 아무도 내가 만든 세계와 정확히 같은 세계를 볼 수는 없다. 언어가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각각의 표현 방식이 커버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세계를 모두 덮을 수 없으니까. 그래도 10년이 넘도록 만들어가다 보니 지금은 꽤나 정교해졌고, 어지간해서는 갈아엎어지지 않는 기본적인 틀도 완성이 되었다. 이제는 다른 누군가한테 이 편안하고 예쁜 공간의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 싶어서, 심심할 때마다 조금씩 풀어보려고 한다. 모두가 조금씩 다른 공간을 상상하고 다른 느낌을 받을텐데, 그런 반응들이 좀 궁금하기도 하다. 세계 설명이라기보다는 아마 하나의 이야기에 가까울 거다. 세계를 만드는 데에는 하나의 흐름이 있는 편이 편하니깐.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내가 현실에서 잠에 들고, 그쪽 세계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일단 오늘도 꿈결에서 그 세계를 둘러본 뒤, 제대로 된 이야기를 시작해봐야겠다.
꿈 속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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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UUU
10년이나 쌓아온 견고한 세계라니. 경이롭습니다. 1개월마다 얄팍한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해야하는 저로서는 상상이 잘 안되네요. 내용이 너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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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로 보는 어른의 눈3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