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대해 말하면 감정부터 솟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현 사회에서는 종교가 점점 음지화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탁 트인 곳에서 종교 이야기를 꺼내면 왠지 불편해지잖아요. 종교학에서 이야기하는 테마 중에 '진실의 복수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서로 모순되는 여러 종교가 있지만, 각 사회에서 각 종교가 세상을 설명하는 체계로 잘 작동하기 때문에 그 모두를 저마다의 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종교다원주의가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진리'를 내세우며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진실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그것에 반대합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진실이 있으며 그들 사이에는 가치적인 우열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그 전제는 "내 진실 A는 항상 맞고 네 진실 B는 항상 틀리다"가 아닌, "우리 앞에 놓인 사실 X에 대해서는 내 진실 A가 네 진실 B보다 더 나은 설명력을 가진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식은 전통적으로 "합리적인 참된 믿음"입니다. 상대의 합리성을 공격한다면 감정적인 문제가 되므로 믿음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보통 논란이 되는 사실이란 '내 앞에',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언젠가' '어디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참 거짓은 가릴 수 없습니다. 결국 상대의 지식을 바꾸려면 믿음을 직접 건드려야 합니다. 뭔가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보류했는데 그냥 공개할게요.
종교다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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