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하게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4월의 첫날에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 아니, 거짓말이라고 이름붙인 것들을 말한다. 세상엔 진실인 체 하는 거짓말보다 거짓말인 체 하는 진실이 더 많은지도 모른다. 거짓말인 체 하는 진실인 체 하는 거짓말도 있을까. 그런 체 하는 것들을 쌓고 쌓다보면 처음에 그것이 진실이었는지 거짓말이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어쩌면 처음부터 진실이니 거짓말이니 하는건 정해져있지 않았는지도. 이미 말로 되어버린 것은 진실로 못박아버릴 수도 있고 거짓말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 처음부터 박혀있거나 처음부터 날아가있던 게 아닌 것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오늘처럼 거짓말에 거리낌이 없는 날에는…. 그래서 만우절은 거짓말을 하는 날이 아니라 거짓인 체하는 무언가를 말하는 날이다. 그것은 말해진 이후에 스스로의 참거짓을 어찌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말해졌다는 사건 자체다. 그런 문장이 화자의 머릿속에 있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어떤 결론은 이끌어내질 수 있다. 거짓말로밖에 할 수 없는 말들을 하는 날. 꽃이 막 피는 4월의 첫날에 그런 날이 생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건 역시 어느 용기없는 치가 거짓말인 척 진심을 툭 내놓으려고 만든 날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 다음 듣는이의 반응을 살펴 처음부터 말한 적 없는 체하는, 그런 일을 전부 날짜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날. 그것이 만우절이다.
만우절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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