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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의 바다에 잠겨버리고 맙니다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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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ofs and Types>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타입이란 집합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논의는 아무 구조도 없는 집합론의 바다에 잠겨버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건질 수 없게 된다...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다.

나는 회의주의적인 인간이 되어있다. 약 14시간 정도를 누워있었다. 인간의 사고는 중력장에 의해 이루어지는지도 모른다. 삶의 재미없음에 대한 생각들은 일어나서 열네 걸음 정도 걸으니 조금 옅어졌다. 밥을 잘 먹으면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대로 건강한 정신이어야 밥을 잘 먹는 것이기도 하다. 방학동안은 밥을 잘 차려먹었다. 개강하고는 차려먹지 않았다. 밥을 차리지 않는 것은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다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인지 알지 못하지만 설명하고자 한다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설명하고자 할 수 없으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아니면 이미 설명이 다 되어있는데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 그 설명은 수면 위로 떠올라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된다.

밥을 잘 먹으면 건강하다. 건강하면 밥을 잘 먹는다. 어느것이 어느것의 원인이고 어느것이 어느것의 결과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나는 무언가 건져내고자 인과 구조를 규정해보지만 요즘은 자꾸만 인과란 망상의 산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은 어떤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동시에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어느 수학 교수가 말했듯 아무것도 건질 수 없는 망망대해만이 남게 되므로 나는 확인되지 않는 인과관계를 부여해야만 한다. 상반된 두 명제가 모두 그럴듯해보이는 경우는 대개 두 명제가 상반되지 않도록 하는 설명을 찾으면 해결된다. 밥을 잘 먹으면 건강하고 건강하면 밥을 잘 먹는다. 두 사건은 서로를 되먹이면서 부풀어오르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밥을 잘 먹을 수 없는 날에는 건강할 수 없는 것이고 건강하지 않은 날에는 밥을 잘 먹을 수 없는 것이다. 만일 늦게라도 그날 밥을 잘 먹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자유의지로 되먹임 고리를 깨었다기보다는 단지 그날이 충분히 건강한 날이었던 것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은 아주 느리고 힘겹지만 변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 건강한 사람은 충분한 행동의 자유를 가지므로 건강한 찰나의 순간에 불건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점진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 단지 지금 내가 즉시 건강해지는 것은 아주 대단한 숙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것 같다는 이야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에 일어나고 싶은 마음가짐이 되는 것이 유일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그것을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는 것보다 깨는 것이 재미있으면 가장 좋다. 자는 것을 재미없게 하는 것은 그 한가지 방법이지만 그러면 삶이 더 재미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짓된 믿음의 느낌일 수도 있으니 시도해볼만한 방법이다. 삶이 재미없어지면 살기 싫어질지도 모른다. 그 또한 거짓된 믿음의 느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러 시도해볼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밤낮이 뒤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잠들지 못하는 것이 고민이었고 지금은 깨어서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고민이다. 02시에 하던 고민을 14시에 하고 있다. 당분간은 그냥 이런 정신으로 살 것 같다.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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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로 ㅁ몸피곤하게하기 ㄱㄱ

잘 먹고 잘 뛰어다니던게 엊그제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