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몇 년은 되었을 생각이다. <연애>라는 단어는 두 개의 한자로 이루어진다. 그리울 戀, 사랑 愛. 서로다른 두 사람이 매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나무위키에 愛를 찾아보니 사랑으로도 쓰지만 즐긴다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만남에 즐기고 헤어짐에 그린다고 뜻을 풀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연애하는 두 사람을 일컫는 <연인>과 <애인>이라는 단어도 살펴볼만하다. 두 단어의 용례는 한국어에서는 크게 구분되지 않는듯하다. 연인이 좀더 애틋하고 애인이 좀더 서로를 소유하는듯한 뉘앙스 차는 있지만 연애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연인이라고 불러도 좋고 애인이라고 불러도 좋다. 연인이 좀더 둘의 일체감을 드러내는듯한 느낌도 있는듯하다. 한국어에서는 연인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일본어에서도 두 한자어가 모두 쓰이는데 여기서는 용례가 약간 다르다. 연인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애하는 두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애인은 결혼한 사람이 따로 만나는 불륜 관계를 일컫는다고 한다. (잘 아는건 아니지만 어디서 그렇게 들었다.) 일본에서 불륜의 이미지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이 <애>보다 조금 더 보편적인 사랑의 이미지인 것 같다. 연정과 애정이라는 말은 어떠한가? 둘은 뉘앙스가 확 다르다. 애정은 좋아하고 주고싶어하고 졸졸 쫓아다니는 이미지지만 연정은 애틋하고 헌신하고 그리는 이미지다. 둘다 연애의 서로다른 양면이라는 점이 더 구체적으로 느껴지는듯하다. 연심이라는 말은 독특하다. 애심으로 대응되지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단어는 일본어에서 더 많이 쓰이는 걸 보면 그냥 일본에서 들어온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왜 애심이라는 단어를 안 쓰냐 생각을 해보면 역시 <연>이 <애>보다 본질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연애>로 돌아와서, 두 한자의 결합 순서에도 의미가 있을까? 비슷하게 결합한 한자어들을 생각해보면, 주야, 음양, 일월, 수족, 전후, 좌우, 상하, 흑백, 내외, 동서, 남북 등이 있을까. 모든 단어가 같은 종류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 반대되더라도 양극단에 멀찍이 서있는 것과 한 장에 앞뒤로 공존하는 것은 다른 반대니까 말이다. 역시 <연>이 더 중요해서 <애>보다 먼저 오는 걸까. 모르는 일이다. 사랑 노래들을 살펴보아도 슬픈 노래의 슬픔이 기쁜 노래의 기쁨보다 그 크기나 무게가 더 깊고 양적으로도 슬픈 노래가 더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은 정말 어렸을 때 한 거라 맞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사랑의 기쁜 면보다 슬픈 면이 더 크게 느껴지는듯하다. 재밌는 언어철학 시간이었다. 언어에서 사고회로를 복원하기. 다음 학기에는 언어철학을 청강할까 생각중이다.
연,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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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라는 개념이 '애'와 달리 사랑이라는 개념과 '그리워함, 마음에 품음'이라는 개념을 함께 담고 있어서 애틋한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는 느낌이 드네요. 실제로 일본어에서도 '그립다'라는 뜻의 대표적인 두 단어로 懐かしい와 恋しい가 있는데, 후자에 그 '연'이 쓰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쓸 때는 거의 두 번째를 쓴다고 합니다. 참고로 유의어인 懐かしい의 한자 懐는 '품을 회'자라네요.
중원쿤 연애는 하고싶니
신기하네 연vs애 느낌이 다르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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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