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해방연대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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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적 재미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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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만 도피처로 쓰이는 재미들이 있다. 아니 뭐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고등학교 때 지뢰찾기는 다들 도피처로만 썼다. 시험기간에 스트레스 해소로만 지뢰찾기를 하고 그 외 시간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지뢰찾기가 너무너무 재밌어서 맨날맨날 하다가 매크로를 짜고 의미부여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나로서는 참 아쉬운 일이었다. 딱 나만 좋아하는 취미였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뢰찾기는 힘들 때만 즐기는 조건적 재미다.

그런데 아지트는 좀 다른 것 같다. 아지트도 학기중에 보면 시험 기간에 반짝 들뜨다가 그외의 시간들에는 잠잠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지트도 그냥 나만 즐기는 놀이터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학기가 끝나도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내가 올리고 있는 글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걸 제외하고도 다른 사람들도 꾸준히 글을 올린다.

기쁘다. 즐겁다. 이 아지트를 그 본연의 재미로 즐기는 사람들인 것 같다. 시험기간에 아지트를 찾는 것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다. 방학에도 아지트를 찾는 것은 그냥 재밌어서 놀러오는 것 아닐까? 힘든 일이 없어도 아지트는 즐거운 곳이다. 오히려 여유로울 때 자꾸 찾는 곳이다. 힘들 때도 여유로울 때도 찾는다면 그냥 아지트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조건에 상관없이 언제나 그리운 무조건적 재미다.

좋아하는 게 있다는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또 그 즐거움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즐겁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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