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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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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를 보는 것은 긴 기다림이다. 기상청이 일러주는 시간이 있지만 내게 해가 보이는 시간은 그것과는 다른 시간이다. 산에 가리고 구름에 가리기 때문이다. 해돋이를 기다리는 일은 아주 길고 춥고 외롭다. 그러나 해가 언젠가 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자 한다. “저게 해인가?” 싶으면 그것은 해가 아니다. 단지 밝아오는 먼동이 눈부실 뿐이다. 그건 사실 눈부신 축에도 못 든다. 해가 정말로 떴을 때는 저 정도면 해가 맞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가지 않는다. 눈이 부시다는 감각이란 세상이 쪼개져 정말로 부서지는 풍경이다. 정말로 떠오른 해를 보며 그 점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태양이란 완벽한 원의 형태라는 점도.

해돋이를 기다릴 때 해가 떠오를 방향을 계속 쳐다볼 필요는 없다.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며 구름과 옥상에 햇볕이 얼마나 비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한곳에 가만히 서서 해를 기다리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햇볕이 나무나 사물에 안 가리고 잘 비칠 수 있는 곳을 끊임없이 찾아다녀야 한다.

기상청이 일러준 시간에 바로 해를 볼 수 있는 날도 있다. 해 뜨는 것을 보기 쉬운 곳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날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그런 날 그런 곳에서는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다만 주변과 구름에 비치는 햇빛을 확인하고 천문앱으로 해의 현위치도 가늠해보면서 언제쯤 떠오를지 알아보는 일이 기다림을 버티기 위한 소일거리가 된다. 그렇게 하면 나만의 때 나만의 곳에서도 언젠가 해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해가 뜬 뒤에는 그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해는 떠오른 순간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자의 눈을 멀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머리 위를 해가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그 사실에 의거하여 하루를 꾸려나가면 된다. 우리의 위대한 태양은 언제나 저기에 있으니까. 해돋이를 목격한 자는 더이상 해의 존재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

— 해돋이를 보고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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