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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요정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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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와 낙성대입구를 남부순환로가 동서로 잇는다.
그리고 그 밑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있다.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을 지하철 2호선이 동서로 잇는다.
그리고 남부순환로보다 조금 남쪽에 평행하게 샤로수길이 있다.
샤로수길은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입구 사이를 잇는다.
샤로수길에서 낙성대입구 쪽으로 나와서 조금 걸어가면 인헌시장이 있다.
낙성대역은 낙성대입구에서 인헌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나는 지금 스타벅스 낙성대DT점에 있다.
스타벅스 낙성대DT점은 낙성대역에서 인헌시장 쪽으로 몇 발자국 가면 있다.
가끔 발 밑이 쿠구구구궁 떨린다.
지하철이 지나는 진동이다.
소리는 안 난다.
스타벅스 낙성대DT점에는 흥겨운 재즈 음악이 나온다.

낙성대입구에는 라치몬트라는 카페가 있다.
그 카페에는 카페 이름을 딴 거북이가 한 마리 있는데
그 거북이 이름이 라치인지 몬트인지 항상 헷갈린다.
라치몬트에서도 발 밑이 떨린다.
지상 한층 지하 두층, 총 세층 아래의 지하철이 지나면서
소리를 낸다.
쿠구구구궁
어째선지 라치몬트에서는 지하철 소리가 들린다.

우리집은 샤로수길보다 더 남쪽에 있다.
우리집에서도 지하철 소리가 난다.
서있거나 앉아있을 때는 안 난다.
누워있을 때도 항상 나지는 않는다.
바닥에 엎드려 누워 귀를 대고 있으면
소리가 난다.
쿠구구구궁
늦은 아침 잠에서 깨 잠자리에 뒹굴고 있으면
소리를 듣는다.
쿠구구구궁

아침에 왜 안 일어나느냐고 누가 물으면 이렇게 답해야겠다.
땅 속에 지하철이 잘 다니나 알아보려고
나는 엎드려 있는거다.
나는 지하철을 지키는
지하철의 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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