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하기 싫었다. 공학기술과 사회라는 수업. 창업계획서 쓰기 프로젝트가 조별과제로 있다. 내가 이만큼이나 창업하기 싫은 사람인줄은 몰랐다.
Fucking 공기사! 그러나 싫은 것이 수업만은 아니다. 수업 자체보다도 훨씬 더, 끊임없이 마주보게 되는 나의 무책임이 싫다. 내가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인 줄 몰랐고, 나의 무책임이 이렇게 혐오스럽고 후회스러운 일일줄 몰랐다.
정말로 몰랐을까? 스스로의 무책임이 이렇게 혐오스러운줄?
이번에는 맡은 일을 안 했다. 전혀 안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핑계들이 저마다 어이없어 할 것이다. 나는 그 핑계들이 거짓된 핑계인줄 아는채 핑계를 댔다.
아아 자기 합리화를… 시발!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를 잃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소가 탈출한 방법을 분석하여 외양간을 고치는 종류의 인간이니까 한번은 겪었어야 할 일을 겪은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 겪어봐야만 아는 일이었나? 나는 어디까지 게을러질 셈인가….
너무도 친절한 조원들이었다. 어디까지 봐주나보자 하는 마음이 무의식에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징그러운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기꺼이 모르는 편을 택하고 교묘하게 무지한 자가 된다.
만약에…. 강렬한 만약의 대체과거가 나를 덮친다. 만약에 내가 모든 하기싫음과 피로를 뚫고 해야할일을 했더라면. 이렇게 끔찍한 기분은 아니었을까. 이 모든 후회조차 마침내 화를 내준 조원 덕에 겨우 들 수 있었던 것만 같아 끔찍하다. 나의 이기성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기성 안에 양심의 가시가 있어 이타성을 유도해내리라는 나의 믿음은 충분히 타당하지 못했다. 가시는 뭉툭해져있다. 나를 꿰뚫지 못하는, 다만 그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만적 만족감만을 선사하는 가시-모형만이 어느새 남아있었다.
닦아도 번지기만 하는 피로 손이 물든 기분. 이 고해에조차 이기적 답답함이 섞여있다. 내일 새로 맡은 일을 수행하여 뉘우칠 수 있기를. 이 글을 공개하는 것도 역겹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철저히 수단적으로,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기 위한 공공에의 선언으로써 발행해본다. 모든 일이 복선인 것은 아니지만, 나의 지금의 결정은 미래로의 복선이 아니지 않기 때문에. 기우제를 지내는 무책임공주의 마음…은 적절치 않고 다만 그 퍼포먼스의 효과만은 빌어올 수 있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미래의 나 자신에게 비나이다.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