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의 동아리 철학토론 채널에서... -S: 우리는 왜 태어나서 살아가는 걸까요? -freleefty: 헉 -S: 인생이라는 것은 너무 힘든듯... 중원님도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나요 -freleefty: 여기서밖에 얘기할 데가 없긴 하네요... 사실 지금 얘기하기가 껄끄러운게 인생의 의미에 대한 고민은 힘들때 하는건데 전 지금 별로 안힘들어서;; 푸하하 -S: 멋있다~ -freleefty: 그래도 고민했던적은 있으니까 -S: 오오 -freleefty: 일단 사피엔스 읽고 괴델 정리 공부해보면 세상에서 정해줬던 모든 의미가 산산조각 나거든요 -S: 아? 철학을 읽으면 뭔가 달라지나요? 저는 아직 상담 밖에 안 해봐서... -freleefty: 대충 트레이싱을 해보면 그때부터 고민했던거 같아서요 -freleefty: 일단은 우주나 삶이나 세상엔 정해진 의미가 없습니다 -freleefty: 전 신도 종교도 안 믿는 편이고 -freleefty: 민주주의나 정의나 윤리 같은것도 따지고 보면 되게 임의적인 면이 있고 -S: 의미가 없는데 왜 살아가는 걸까요.. 그걸 찾는게 인생인가? -freleefty: 그게 참 묘한데 -freleefty: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는 살고 싶어서에요 -freleefty: 무슨 설명을 붙이려해봐도 말이 안되구요 -freleefty: 그냥 세상에 한 생명체로 났으니까 살고싶은거죠 -S: 근데 죽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죠 -freleefty: 죽고 싶은데 아직 안 죽었잖아요? 그건 사실 죽기 싫은 마음도 있는거거든요. 무슨 이유든간에 말이죠 -S: 그렇긴 하죠... -freleefty: 저는 그냥 삶을 무한긍정하는 입장에서 그 살고 싶은 마음도 무시하지 않았으면 하구요 -freleefty: 죽을거면 차라리 여행이라도 훌쩍 떠나는게 낫지 않나 -freleefty: 부모 친구 연 끊고 집 나가서 떠돌이생활하고 노숙해도 죽는 것보다는 나을걸요 -freleefty: 보통 죽을 사람은 그 생각을 못하는 것 같긴한데 그래도 살아있으면 리트할수 있으니까 -S: 오오 그런가... 일단 살아보고 생각할게요 -freleefty: 전 항상 책 읽는거 추천하는데 시지프 신화 좋아요. 알베르 카뮈 책인데 첫 문단이 인상적이에요. 그냥 카뮈는 첫문장의 악마임 -S: 좀 읽어보고 싶네요 -freleefty: 재밌음 -S: 읽어봐야겠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너무 많이 생각했지만 외부의 지식을 받아들인 적이 없음 -freleefty: ㅋㅋㅋㅋ -freleefty: 여러분이 고민하는 그것, 모두 이미 똑똑한 사람이 백번쯤 고민해서 책으로 낸 문제입니다 -K: 생각해보니 그 문제에 대한 답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요 -freleefty: 그냥 참고하는거죠~ 사실 답도 백개쯤 있으면 그중에 내답도 있을듯 -freleefty: 책 읽는 묘미 중에 하나는 내가 대충 찌끄렸던 생각을 똑똑한 사람이 자세히 써준걸 읽는 것 -S: 아무튼 야밤에 이상한 이야기해서 죄송했습니다...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freleefty: 야밤에 하기 좋은 이야기죠 ㅎㅎ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 아?침 잘 일어나세요 -S: ㅋㅋㅋㅋㅋㅋ 내일? 아침에 말끔한 정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하하 -freleefty: 어제 일반론만 얘기하다 끝난 것 같아서 덧붙이자면 모든 철학은 “그래서 뭐해야됨?”에 답하지 못하면 탁상공론이거든요. 의미없는 삶을 어떤 원리로 계속 살고 있는지는 알았지만(생명체에 프로그래밍된 생존본능, 현상의 설명) 사실 그게 계속 산다는 정책을 집행해야할 근거(윤리, 도덕)는 못됩니다. 감정은 살고 싶음인데 이성이 그걸 설명하지 못하면 사람이 괴롭습니다. 사람은 감정에 따라야 되는 존재인데 자꾸만 이성을 따르려하다가 감정을 배반하거든요. 그래서 삶에 우주나 신이 정해준 납득할만한 의미는 없더라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합니다. 저는 이게 발견이 아니라 발명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취향대로 가면 되는건데 다시 신을 찾아 교회를 다닐 수도 있고, 예술과 과학의 아름다움에 심취할 수도 있고, 돈과 행복을 좇아 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죽는 것도 한 선택지긴 한데 우리 이성이 감정을 배반하게 하지 말자구요. 의미를 찾는건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읽고 듣고 생각도 많이 해보고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해보고 하면 됩니다. 막연하긴 하지만 원래 막연한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제 사례를 참고로 들려드리면 저는 새벽에 얘기한 <시지프 신화>가 많은 도움이 됐고 영화 보고 국내 무계획 도보 여행 다니고 교회 몇 번 나가본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맨날 교회 얘기 한번씩 하는데 사실 저는 교회에서 하는 얘기 재밌긴한데 공감은 좀 어려워서 한 서너번 맛보고 안다니기로 했습니다. (저는 예수는 사람이고 성경은 재밌게 교훈적으로 부풀린 이야기고 부활은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런 삶의 의미 같은 담론의 뿌리가 전부 신학-철학에 있다는 데에 생각이 뻗쳐서 몇번 가봤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여기까진 끄덕끄덕할 수 있는데 이건 난 공감 못하겠어. 난 이러저러하게 할래” 이런식으로 적극적 경청의 자세를 가지면 좋습니다. 결론을 짓자면 무의미한 세상, 철학적으로 사셔야 합니다. 저는 하루하루 모든 일에서 즐거움과 이야기를 찾고 삶이 “그림이 되도록” 연출해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좀 살만할지 고민해보세요. 한가지 위안을 드리자면 이 문제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든 불행하든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스스로 묻는 혹은 묻게 되는 질문이니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왜 태어나서 살아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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