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뼈입니다. 가져오려다가 입에서 모래가 무한으로 나와서 두고 왔어요. 사실 성게는 입과 똥꼬가 하나예요. 아니요 사실 몰라요.
불가사리랑 해파리는 몇번 봤지만 성게 뼈는 처음 봤어요. 뼈가 없는 친구들은 만지기 싫은 재질일 것 같아요. 이 기묘한 무늬가 있는 둥근것도 만져보면 물렁할까봐 무서웠습니다. MZ답게 인터넷에 물어서 정체를 알아보니 성게뼈라고 하덥니다. 여수에서 성게뼈를 처음 본 건 성게가 남해에만 살아서일까요?
걷다보니 누가 쪼개놓은 성게 뼈도 있었어요. 단면을 보니 속이 비어있고 — 아니 비어있지는 않고 모래가 차있습니다. 모래가 무한으로 나오는 이유를 알았어요.
사실 무한하지는 않아요. 며칠 전에 무한이랑 싸우는 사람을 봤는데 문득 떠올려보면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자주 만나는 분인데 요즘도 싸우는 것 같더군요. 의외로 저희 연구실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인지도 몰라요. 제가 주웠던 성게 뼈에는 모래가 유한하게 들어있길 바래요.
바다는 잔잔했습니다. 발 담그고 걷기 좋았어요. 여수는 그렇게 기억되었습니다. 바다가 잔잔한 곳.
하지만 잔잔한 바다에도 조심하지 않으면 빠질 수 있답니다? 다행히 빠진 사람은 없었어요. 빠진 핸드폰은 있었습니다. 생활방수가 되어서 참 다행이에요~
밤바다는 보지 않았어요. 밤처럼 검은 하늘에서 바다 같이 쏟아지는 비를 해치며 그래도 이 정도면 여수밤바다 같은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노래는 너무 잔잔했어요. 9시간째 깨어있는 운전자에게는 해롭기 때문에 얼른 넘겨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