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시 스쳐가는 생각일 뿐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플랫폼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아지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기에 쓰이는 모든 글이 제 본가에 있는 서버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구요. 이 아지트에 기꺼이 찾아와 좋은 글을 써주시는 분들도 있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문득 든 생각이, 다른 곳에 써서 더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글이 여기에 쓰여 고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제 개인 블로그라고 생각하고 만든 곳이니까요. 어짜다보니 모든 회원이 작가인 놀이터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블로그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유게시판 기능은 아직까지는 곁다리 기능이라는 거에요. 언젠가 분류 기능이 완성되어 지금까지의 글이 전부 *무법시대*로 아카이빙되었을 때, 그리고 혹시라도 제가 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마음 먹을 때, 여러분의 결코 사소하지 않은 글이 사소해져버릴까 걱정입니다. 이 사이트의 정체성이 개인 블로그에서 공동 블로그로, 다시 자유게시판으로 변해가려는 것을 보면서 그런 고민이 들었습니다. 또, 저야 플랫폼이 주는 모든 이점을 포기하고 모든 불안전성을 인지하고 이곳으로 옮겨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미처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여기에 정성 들인 글을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여기는 모래성 같은 곳입니다. 집에서 돌리는 서버는 분명 자유롭지만, 그만큼 불안정한 곳입니다. 막말로 집에 물이리도 샌다면 다 날아가버릴지도 몰라요. 단적으로, 지금은 글 쓰다가 한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무심코 저장 버튼을 누르면 모든 글이 날아가는 버그가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여기에 너무 많은 걸 남기려 하지 마세요. 여러분에게는 여러분의 블로그가 있습니다. 서버의 불안전성이 걱정되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또 위키랑도 다른 느낌이거든요.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대단히 버그투성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하여튼 글 하나 날리고 나니 참 감상적이 되네요. 덧없는 게 아름답다..? 개나 주세요. 아까워 죽겠습니다. 아 글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안 아까운 글을 써라, 라는 말씀 올립니다.
글 쓰는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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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블로그에 올리기엔 부적격한 것들을 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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