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8. 01. (목). 04:11
어제는 10시반에 잠들었다. 요새는 그렇게 일찍 자지 못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12시에 깼다 잠들고 2시에 다시 깼다. 이제는 잠들지 못할 것이다.
여기는 제주도. 트레일런 워크샵을 왔다.
제주의 바다는 검푸르다. 그것이 제주의 제주다움일까? 그 이유인즉슨 바다의 바닥이 현무암으로 빼곡하기 때문으로, 실로 제주다운 이유이다.
고등어회는 맛있다. 김에 밥, 고등어회, 양파·미나리·초고추장 무침, 쌈장 등을 싸먹는다. 고등어회만 쌈장에 찍어먹어도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김에 싸먹으면 야채가 아삭하고 상큼하게, 있는 줄도 몰랐던 빈 공간을 채운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고등어회만 먹었을 때는 문득 야채가 먹고 싶어진다.
제주의 해는 눈부시다. 장마가 끝났기 때문인지, 여기가 제주이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눈부시다. 우리 차는 샛길로 빠져 노을이 지는 것을 봤다. 기가 막힌 자리에 차를 댔다. 해는 차창의 정가운데에서 떨어졌다. 해가 바다에 잠기는 모습은 언덕에 올라서 봤다. 티없이 맑은 하늘이었지만 수평선 가까이의 먼 하늘에는 구름이 아쉽지 않게 끼어있었다. 해는 구름 뒤로 갈라지며 졌다. 5분전만 해도 눈이 멀듯한 빛이었지만 사라지는 순간에는 담담히 꺼졌다.
제주의 밤하늘은 북적인다. 사람이 아닌 별로. 하늘에는 별이 빼곡하다. 나는 안경을 써야 별이 잘 보인다. 어제 저녁은 맨눈으로 봤지만 지금은 안경을 쓰고 봤다. 하늘이 북적인다. 서로 오랜만에 만나는 별들은 그간의 인사를 나누겠지. 서울에서는 서로 얼굴 볼 새가 없었다. 도시가 그들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밤하늘이 불빛으로 밝다. 하늘은 지상의 빛을 다시 지상으로 반사하며 별을 숨긴다. 김포에서 하늘을 보면 강화쪽은 새카맣게 어둡지만 서울쪽은 푸르게 빛난다. 그래도 김포는 별이 보이는 편이다. 서울에서는 별이 서너개쯤 겨우 보일 뿐이다. 너무 밝아서 검기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비위가 상하는 듯하다. 제주의 밤은 빛에서 격리되어 있다. 어둠에 별은 고개를 내민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아까는 에어컨을 틀고 있었다. 이 곳의 에어컨이 시끄러운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너무 시끄럽다. 매미 울음 소리 같은 게 환청처럼 들린다. 그 환청 값은 청각이 아주 불쾌하다. 없는 수리를 들으며 있는지 없는지 의심해야 한다. 지금은 창을 열어놓았다. 풀벌레와 소쩍새...? 어느 새 소리가 들린다. 너무 덥지 않고 약간은 시원하다. 약간은 습하지만 가짜 매미 소리보다야 낫다. 해도 밝고 별도 밝은 제주. 하늘이 맑은 것도 그 이유겠지. 노닐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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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첫 문단에서 알 수 있듯 다시 잠이 오지 않아 쓴 일기다. 여기에 올리려 쓴 것은 아니다. 사진은 우연히 내 사진첩에 있는 것들 가운데에서 글에 가장 잘 맞도록 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올리려 찍은 것들은 아니다. 블로거는 사진을 열심히 찍어야 한다. 사진 찍기도 좀 좋아해봐야겠다. 고등어회 사진을 찍은 것이 없어 아쉽다.
아, 첫번째의 공책 사진은 여기 올리려고 방금 찍은 것이 맞다. 공책을 폈다가 이 일기를 발견했는데 나쁘지 않게 뽑힌 글이라 올리기로 했다. 문장부호 외에 수정한 부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