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해방연대 아지트

사용자 확인중...

왼손 가위질

왼손잡이해방연대,

21

0

왼손잡이는 가위에 힘을 못 준다. 가위의 설계상 오른손으로는 자연스럽게 오므라지는 힘이 수직으로도 들어가게 되어있지만, 왼손으로 가위를 편하게 잡으면 그런 힘이 안 들어간다. 왼손 가위질에는 요령이 필요하다.

오늘 왼손잡이의 불편한 점을 하나 더 찾았다. 왼손잡이는 섬세한 가위질이 어렵다. 날의 방향 때문이다.

스티커를 테두리를 따라 오려낸다고 하자. 오른손잡이라면 그림이 있는 쪽을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가위질을 할테다. 자연스럽다. 앞면으로는 그림 바깥쪽으로 날이 들어가고, 뒷면에서는 그림 안쪽에서 날이 올라온다. 날이 윤곽선에 딱 맞춰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자를 수 있다.

왼손잡이의 경우를 보자. 오른손으로 그림을 잡고 왼손으로 가위질을 한다. 그러면 날에 가려 그림의 윤곽선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그게 불편하여 그림 바깥쪽을 잡고 테두리를 보면서 오려보았다. 나는 이렇게 가위질을 정확하게 해본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항상 그림을 잡고 가위질을 하니 그림의 테두리를 약간 도려내는 식이었다. 가위날의 두께를 대강 어림하여 테두리가 있을법한 부분을 오리고, 날이 들어간 후에 잘려나가는 그림의 테두리를 보고 앞으로의 갈 길을 보정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소를 전부 잃지 않기 위해 한 마리씩 방출하면서 외양간을 조금씩 고치는 것이다.

나는 또 세상에 배신당했다. 나의 외양간 고치기식 태도는 어릴적 가위질을 하며 각인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은 그게 약간 불편하여 일부러 그림 바깥쪽을 보며 오렸더니 전에 본 적 없이 정확하게 테두리에 딱붙여 자를 수 있는 것이다. 가위질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생각을 해보니 나를 어릴 적부터 갉아먹는 오른손잡이들의 패악질을 또 하나 발견한 것이었다. 왼손잡이… 해방해야겠지? 만국의 왼손잡이여 연대하라!


목록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