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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샌다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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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동아리 디스코드의 철학 토론 채널이 아주 활발하다. 아주 재미있다. 하지만 글이 샌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 풀어야할 생각들이 거기서 다 풀린다. 꾹꾹 눌러담아 숙성시킨 생각을 정리해서 여기다 풀어야 하는데 디코에서 그때그때 해소되어버린다. 아쉬운 일이다.

뭐, 여기다 푼다고 한들 읽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말이다. 몇 명의 오랜 독자들은 있지만 여긴 나 혼자 외치는 것을 몇명이 우연히 듣는 것 같다. 그들이 내 글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디코 철학 토론 채널은 그 부분에 바로바로 피드백이 온다는 점이 재미있다.

더 깊은 글을 쓰고 싶은 욕구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셋하나둘은둘셋하나처럼 수십만년의 시간과 십만광년의 공간에 펼쳐진 이야기를 쓴다든지 하는 것이다. 요즘은 그 이야기에도 너무 빠져있다. 만화책과 함께 연표를 샀는데, 그 간의 띄엄띄엄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역사로 이어지면서 너무 생생한 세계가 되었다. 게다가 근미래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라 마치 예언서나 계시처럼 믿게 된다. 지능과 죽음의 비밀을 풀어낸 인류는 찬란한 연방의 길을 걸어야 한다. 스타워즈처럼 종교가 될 것 같다.

나도 그런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을까? 애초부터 이 블로그는 창조와 생산의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결국에는 어떤 창작의 영역에 도달하여야 한다.

최근엔 그런 세상을 상상하고 있다. 꿈과 깸의 양면 세계…. 잠에 들면 다른 세상에서 깨어나고, 그곳에서 잠들면 이곳에서 깨어난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세상과 이어져있다. 아주 가끔 같은 세상과 이어진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과는 어딘가 애틋한 관계가 될 것이다. 그래서 로맨스가 들어갈텐데 나는 연애를 멀리하고 살았으니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다.

방금 블로그에 오류가 났다. 자동 저장을 잘 구현해두어서 다행이다. 자동저장 과정에 버그가 있는 걸까? 사용자 입력에 무관하게 일어나는 동작은 그것 뿐이다. 예외처리 구문마다 일련번호를 써놓아야겠다. 오늘은 오랜만에 블로그 개발을 손에 잡았는데 파일 업로드를 구현하고 있다. 이제 nginx만 잘 넣으면 백엔드는 대강 모양이 잡힐듯하다.

이어서 이야기를 하자. 저 꿈과 깸의 세계는 치밀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계까지 치밀하게 짜놓은 뒤에, 대부분은 쓰이지 않을 것이다. 세계를 그럴듯하게 하는 것은 부수적인 일이다. 복잡하지는 않아야 할텐데 자꾸만 복잡한 상상이 든다. 이를테면, 저렇게 만든 세계는 꿈-깸의 이분법적 구조인데, 꼭 두 개만 넣으란 법이 있을까? 잘 때마다 새로운 세상에 접속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럼 아무도 꿈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하겠지. 그러고는 꿈을 꿀 때마다 자꾸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대로 구체화시켜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나올 것 같다.

이제 기존 작품과 비교해본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너의 이름은>이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도 비슷한 세계관이고…. 소재가 겹치긴 하지만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는 다들 어떻게 짜는 걸까. 작가 자신이 어느정도는 투영될 것 같은데 어떻게들 조절할까. 막상 해보면 해볼만할지도 모른다.

아니 이렇게 써놨다가 누가 훔쳐가는 거 아냐? 블로그 조회수가 늘어나기 전에 빨리 써봐야겠다. 이렇게 한창 떠들고 나니 글이 새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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