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대충 기억나는 즈음부터 항상 머릿속에 일정한 주파수로 들리는 소리가 있다. 나무위키를 읽어보니 턱관절 장애나 거북목으로 인한 이명 같다. 가끔 피곤할 때는 갑자기 그 일정한 소리가 순간 사라지고 다른 삐- 소리가 잠깐 나다가 잦아드는 일도 있는데, 난 그게 이명이라고 생각하다가 오늘 나무위키를 읽어보니 평소에 들리는 것도 이명이다. 뭐 여러가지 증상 묘사를 할 수 있겠지만 나무위키에 적힌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느낌은 대충 신경 신호에 잡음이 있는듯하다. 턱에 힘을 주면 소리가 바뀌는 게 아마 턱이나 목 쪽에 어떤 압력이 있는건가 생각이 든다. 이게 안 들리면 정말 고요할텐데 하는 생각은 들면서도 그닥 일상에 지장은 없다. 어디 얘기해도 별 관심도 안 가질 것 같다. 예전에 초등학교 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턱 관절이 틀어지는? 그런 경험을 했다. 그땐 되게 무서워서 엉엉 울고 있는데 아무도 그걸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일도 있다, 뭘 울고 있냐 하는 분위기였다. 그땐 한동안 입을 크게 벌리길 무서워했고, 지금도 턱을 움직일 때 딱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어긋나는 느낌이 있다. 정말 서러웠고 지금도 상처로 남아있다. 이명도 어디 말하기는 애매한 증상이다. 분명 기분은 나쁜데 말해봐야 관심도 없고 해결책도 없을테다. 차라리 나무위키가 사람들보다 친절하다. 오늘 이명을 찾아보게 된 것은 낮에 기분좋게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비가 내려서 기분이 좋은지, 기분이 좋은데 비가 내리는 것인지는 모른다. 오늘은 시험이 끝나서 좀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분명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편한 기분과 맞는 날씨이다. 차분하면서도 약간 울적한 기분? 좋은 기분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나는 너무 들뜨고 즐거운 건 피곤한 것 같다. 즐거운 순간에 계속 즐겁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차분한 순간에 계속 차분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비 오는 날씨는 기분 면에서도 좋고, 또 기능적으로도 이명을 잊게 하는 효과가 있다. 빗속에서는 빗소리만 들린다. 이명이 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명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로 안 들리는 건지는 모르는데 잠깐 유튜브에서 빗소리를 들어보니 맞는 것 같다. 아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버스에서는 이명을 생각하여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소리가 의식을 하면 거의 언제든 들을 수 있다. 보통 의식을 안하면 안 들리지만 잠들기 전에는 생각을 죽이고 감각만 남겨놓으니 아주 잘 들린다. 슬슬 글 쓸 때가 되었기도 했고, 비도 오고 해서 이렇게 한편을 또 썼다. 요즘 날씨는 이상하게 선선하다. 전체적으로 더워진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어찌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덥든 춥든 사람들은 잘 적응할 거다. 성장과 자본주의를 포기할 것도 아니니 기후 변화는 그냥 인류의 귀찮은 친구 같은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녀석들은 안타깝지만 또 그만큼 번성하는 동식물도 있다. 인류가 모든 것의 신도 아니고 박테리아부터 코끼리까지 모든 생물을 책임질 수는 없다. 그저 인류 자신을 위하기도 벅차다. 인류는 잘 살 것이다. 지구야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은 어찌 될런지 모르겠다. 요즘 젊은이들 많이 힘들다지만 슬슬 나라 안팎에서 진단과 처방도 자주 들려오고 나를 비롯해 아직 사회에 안 나온 어린 사람들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 모르는 일이다. 결론적으론 잘 살지 않을까? 문제가 생기면 손을 보겠지. 아직 더 망해봐야 한다. 대한민국 화이팅! 인류 화이팅! 인류의 최종적인 승리!
비와 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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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명이 언제나 들리고 턱은 늘 삐걱대는 삶입니다. 때로는 강렬한 이명이 몇초간 이어졌다가 사라지는 괴현상도 있습니다. 어릴때 바로옆에서 자전거 타이어가 터졌을때 "아.. 영화에서 나오던 이명 씬이 정말 현실적인거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확실히 이런부분은 어디가서 말하기 애매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삶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이변들이 해결책이 없거나 필요 없는 경우가 많지만, 주변인이 관심없을거라 가정하는건 우리 사회의 합의된 무관심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니 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스스로를 더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차분한 우울함을 즐기며 인류의 최종적 승리를 갈구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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