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해방연대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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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나의 숲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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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싶은것을, 좋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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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   ]에 대해 거의 강박적인 불안이 있다. 이렇게 해야해, 저렇게 하면 안돼. 머릿속에서는 늘 나를 주저하게 하는 가상적-타인모델들의 말이 맴돈다. 하루 종일 하다가도, 자꾸만 모든걸 엎어버리는 것이다. 방황과 회의, 끊임없는 자기비판ㅡ나는 자아비하에 가깝다ㅡ은 나를 경쟁이 없는곳에서 경쟁하게 만든다. 내 안에는 현대인의 탈을 쓴 근대인이 보인다. 현대인들의 최초 합의점이라 할 수 있는 뿌리에 자리잡아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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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남들도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들이 너무나 초라해보였던 것이다. 학문적 깊이를 논하기 전에 기술적인 초보성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가벼움. 과거의 거장들도 때때로 그랬다. 나의 시각은 아우라가 파괴된 독립적 실체들을 보고자 하게 되었다. 그것이 설명될 수 없다면, 그것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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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에서는 성과주의적인 긍정성의 과다가 현대를 규정하는 질병이라 말한다. 자기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 할 수 있다는 것. 부정을 부정한다는 것. 스스로를 병들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차마 생산성을 포기할 수가 없는것이다. 관조 없이 어느 한 목표에 자신을 도구로서 던질 수 있는건 광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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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부터 무언가로 귀결되지 않는 일은 시작할 수 없었다. 언제나 잠정적인 목표가 있다. 시간은 없다. 의미가 없다...요즘은 책을 읽을때 조차 내가 모르는 인용들과 이해할 수 없는 논리들,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에 초조해한다. 뇌의 청각을 처리하는 부분과 시각을 처리하는 부분은 다를거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면서도 오디오북을 듣는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우리집은 가성비에 대한 집념이 있다. 하드디스크는 가득 채우고 GPU는 렌더링을 하고 카메라는 수십만장을 찍고 남은 음식을 꾸역꾸역 먹으며 흐뭇해한다. 하지만 그것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정해져있다. 언젠가 모든 능력을 상실한채 폐기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더이상 쓰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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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단지 순수하게 좋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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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D는 가득 채워서 쓸 때보다 용량의 절반 정도만 쓸 때 더 좋은 성능이 나온다고 합니다. 여유를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