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해방연대 아지트

사용자 확인중...

지난밤 꿈과 라라랜드

왼손잡이해방연대,

35

2

사실 꿈은 아침에 한번 깬 이후에 다시 잘 때 많이 꾸게된다. 이것도 정확히는 지난 아침잠의 꿈이다.

두가지 꿈이 기억이 난다.

하나는 유랑을 하는 꿈이다. 유랑이란 특별한 계획 없이 떠돌듯 거리를 거니는 여행 방식이다. 랜덤으로 그 지역의 특색을 마주하고 거리 자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예전에 다녔던 다른 거리와 비교하고 일상에서 지나치는 공간도 더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무튼 어딘가를 그렇게 유랑하는 꿈을 꾸었다.

한 꿈에서는 장송의프리렌 에피소드 하나를 꿈 속에서 다 보고, 깨어서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에피소드를 꿈에서 봤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방영된 내용과도 같기 때문에 장송의프리렌을 직접 볼 필요가 없다. 그게 매주마다 반복된다고 한다.

이 두 꿈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었더니 개웃기다고 한다. 나도 웃기면서 행복한 꿈이었어서 털어놓은 것이다. 자기 전에 라라랜드를 보고 왔기 때문일까. 그 정도로 선한 영향력은 보았던 바가 없다.

라라랜드를 보면서 얻은 가장 값진?, 재미있는 것은 새로 찾은 비유법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라라랜드”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이상적으로 되어버려서 오히려 어딘가 모자랐을 때 줄 수 있는 여러 깊은 의미나 소중한 경험 등을 잃어버린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뭐가 있을까, 여러 이야기를 떠올려보지만 딱 들어맞는 것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것이 잘 떠올랐다면 글이 깔끔하게 떨어졌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표현이 어떤 상황에 쓰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독자로 하여금 제한되지 않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든지? 신포도 이야기처럼 합리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합리화라는 말은 너무 부정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의미를 찾는다는 말은 어떨까. 모든 일은 의미를 찾기 나름이니까 세상에 괜한 것은 없다는 시선이다.

무엇이든 그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포도를 따지 못했다면 저것보다도 더 단 포도를 찾으면 그만이지.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단 포도였다고 한들 결국 내가 따서 먹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야? 내가 가질 수 있는 적당히 단 포도가 훨씬 가치 있어.

결국 세상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니까. 불완전성 정리나 정지 문제의 해결 불가능성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셈인가? 이 세상에 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합리화가 나쁜 것은 어떤 때일지도 보아야한다. 사실은 할 수 있는 것을 못한다고 단정지을 때이다. 과거의 일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미래의 일은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다. 과거의 절망은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되 미래의 희망은 필사적으로 붙잡는다. 다만,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선에서. 세상에 정말로 있는 건 현재뿐이니 언제나 현재를 최우선으로 한다. 미래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 최악에 대한 대비책만 세우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 누구를 너무 탓하여 돌아서고 상처 입힐 것도 없다.

어쨌든 은탄은 없는 법이니, 항상 여러 가치를 저울질해야 한다. ‘이것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돼!’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정말로 그런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너무 무거워졌다. 이거야말로 해피엔딩으로 끝난 라라랜드가 아닐지 생각한다. 하지만 쓴 게 아까우니 남겨두자. 섹션별로 카테고리를 다는 구조도 고려해봐야겠다.


목록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