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해방연대 아지트

사용자 확인중...

난 날

리자관,

63

0

자정이 되자 방문 너머로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은 테이블의 한가운데에는 화려한 색을 내는 초가 꽂힌 케이크가 놓여 있습니다.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고 난 뒤, 소망이 가득 담긴 미약한 공기의 흐름이 그 밝은 불빛들을 모조리 꺼뜨려 버립니다. 

그 속에서 저는 하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20년 전으로 흘러,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던 한 남녀의 이야기였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만남의 날이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한 그들은 가득 부푼 마음을 안고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기다림의 끝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품에 안겨 만남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세 사람이 맺어진 그 날은 평생 기념하고픈 축복의 날이 아니었을까요.

이름도, 얼굴도, 성별도 모르는 사람을 수 개월 동안 기다릴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었을까요. 그 기다림의 동기를 아직 완전히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그저 행복한 날이었는데, 올해에는 왠지 울컥하기만 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