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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보수 미루기

왼손잡이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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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이후로 개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코딩을 하고 있을 시간에 기타를 연습하거나 책을 읽거나 만화를 보고 싶다. 삶이 너무 재미있어도 문제인걸까.. 재미있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원래 종강을 하고 나면 하루하루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모든 일이 질리고 뭔가를 만들기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질리지가 않는다. 나의 창작욕은 기타줄 몇번 퉁기고 글 몇줄 쓰고 나면 해소될 정도였던 걸까. '일일 보람 할당량'이란 것도 있는데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고 느끼기 위해 쌓아야 하는 보람의 양이다. 이를테면 학기중에는 아침에 밥을 먹고 제시간에 등교를 하고나면 채워졌었다. 나머지 일들, 과제를 한다든지 수업을 듣는다든지 하는 것은 그냥 거기에 있으니까, 해야하니까 하는 일들이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났지만, 밥을 안쳐놓고 밖에 계단에 쌓인 눈을 치우고 고양이 마실 물을 갈고 나니 오늘 할당된 보람을 다 채워버렸다. 블로그 손이나 좀 볼까해서 컴퓨터를 켰는데 자연스럽게 지뢰찾기를 시작하게 됐다. 요며칠 지뢰찾기를 못했으니 그럴만도 한가.... 그 뒤에 저녁을 먹으면서는 보고 싶었던 만화를 보고 지금은 또 블로그 좀 고쳐볼까 하다가 도저히 기분이 안 나서 이렇게 일기나 쓰고 있다. 새해 결심을 세우는게 올해 결심인데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랩에 출근하는 것도 너무 리프레시가 되는 것 같다. 스트레이트로 열흘 정도는 누워있어야 뭔가 시작할 기운이 날 것 같다. 난 평생 이런 기분으로 살게 되는 게 아닐까? 미래에 언젠가 맞이하게 될 방학이 없는 삶을 생각하면, 방학이 없는 것과 방학만을 바라는 것 둘 중 어느쪽이 더 두려운지, 어느쪽을 더 두려워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보석의나라>를 보고는 언젠가 글로 쓰려고 아껴둔 주제인데, 사람이 쓸모있어지려면 자신의 정체성 내지는 개성을 일정 부분 떼어내어야 한다. 쓸모있어지는 것은 현재의 나를 잊어가면서까지 이루어야 하는 중요한 일일까? 가치관에 안정을 찾은 현재의 나로써는 그렇게 변하는 일이 두렵다. 변증법적으로 바라보면 슬슬 '정'에 대항하는 '반'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방학동안은 앞으로 어떻게 더 성실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어쨌든 오늘은 블로그를 고치기 위해 컴퓨터를 두 번이나 켰으니 내일이나 모레즈음에 개발에 착수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은 날이 아닌듯하니 책 읽고 영화 한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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