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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데이>를 보고 왔습니다.

리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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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할 일이 많아서 바쁘게 살다 보니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스스로 관리가 잘 안되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집에서 비생산적인 활동만 반복하다,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어떤 것이든 좋으니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그저 웃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안 해본 걸 해보자! 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이색적인 활동을 찾던 중 <썸데이> 라는 뮤지컬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두 명 분의 표를 예매하고 친구와 함께 혜화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으로 향합니다. 자발적으로 뮤지컬을 보러 간 것이 처음이었기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두근두근한 마음을 안은 채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극장은 50명 남짓이 들어갈 만한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분위기 있는 세트장에서 사진을 찍고, 오늘의 캐스팅이 적힌 액자를 구경하고,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90년대 가요를 감상하며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표를 예매할 때 친구의 것까지 두 장을 예매했는데, 그걸 모르고 친구가 자기 표를 한 장 더 예매해서 총 세 장의 표가 생긴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표를 수령했는데도 자리에 오지 않은 한 명의 관객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 상상하니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제가 뮤지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그저 귀가 조금 더 즐겁고 조금 더 생동감이 있는 영화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온몸을 울리는 웅장한 사운드에 감탄하고, 배우들의 과장된 몸동작과 감정 넘치는 연기를 지켜보며 감동 받는, 그렇지만 머나먼 객석에서 감상할 수 밖에 없는 단절된 미디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제가 <썸데이>에서 본 것은 분명히 이전의 저는 몰랐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공연이 시작함과 동시에 객석에서 나타나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관객의 돌발적인 개입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배우, 크리스마스 기간에 맞춰서 바뀐 가사,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장충동 왕족발 보쌈을 완창하는 장면이 있었던, 무엇보다도 생기 넘치는 장소였습니다. 저는 자연스레 웃고 울며 그곳의 분위기에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일련의 감정들이 잽싸게 저를 스치고 지나간 뒤, 친구와 함께 극장을 나오며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릅니다. 친구나 저나 뮤지컬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머글"이었는데, 친구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뮤지컬을 계속 보러 갈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삶이 지칠 때 한번 새로운 경험에 뛰어들어 보세요. 저처럼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뮤지컬 잘 모르는 분들은 살면서 한 번쯤은 꼭 보러 가보는 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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